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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Oct 05. 2023

너의 여덟 살을 응원해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일




1년에 한 번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기 위해, 아이의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으로 향한다. 평소 아이의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 못해, 1년에 한 번이라도 아이의 생일 때는 사진관에서 아이의 성장을 기록해 주자고 다짐했지만, 올해는 아이의 생일에 맞춰 사진관을 예약하지 못했다. 그래도 올해를 넘기지 않고 아이의 모습을 남겨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진관에서 아이의 옷을 3-4벌 챙겨 오라고 하셔서, 3벌의 옷과 그에 맞춘 서너 개의 액세서리를 챙겨갔다. 아이는 촬영에 앞서 머리를 단정히 묶고 촬영을 준비했다. 촬영에 들어가자 아이는 촬영이 어색한지 온몸을 베베꼬고 얼음이 되어버렸다. 아이의 앞에서 아이를 웃겨보려고 아무리 노력했지만, 아이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작년에 촬영을 할 때만 해도, 입을 벌리고 화사하게 잘 웃곤 했는데, 1년 사이에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아이는 절대 입을 벌려 웃지 않고, 살짝 미소만 머금은 채 촬영에 임했다. 나는 아이의 환복을 도우며 아이에게 물었다.


"왜 자꾸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입 벌리고 활짝 웃어야 예쁘지."

"싫어. 그냥 이렇게 웃을래."

"왜 활짝 웃기 싫은데?"

"이 빠진 게 싫단 말이야."

"이 빠졌어도 예뻐. 지금 아니면 이 빠진 모습 볼 수 도 없는 걸."

"그래도 싫어. 나는 이 빠진 모습이 안 예뻐서 싫어."

"알겠어. 너 편한 대로 해."


아이는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고, 나머지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끝내 입을 벌려 웃지 않았다. 아이가 이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에 놀랐고, 끝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는 모습에 놀랐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는 많이 자랐고, 자아가 생기고 고집이 생겼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다. 다만 내가 평소에 크게 느끼지 못했을 뿐.


아이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속도만큼,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버벅대는 순간이 올 것만 같다. 바로 오늘처럼.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의 변화에 눈을 맞춰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고, 조금 느리게 성장을 해온 사람이지만, 속도가 더뎌 버벅대면 어떤가. 그래도 아이의 마음에 한 뼘 더 다가가려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닐까.


아이가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분명 이 순간을 아쉬워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낀 하루였다. 작년에 해맑은 아이처럼 촬영하던 7살 아이가, 올해는 조금은 수줍은 소녀처럼 촬영하는 8살 아이가 되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일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가 매일 성장함에 따라, 똑같은 오늘은 있을 수 없단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늘의 의미를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아이의 여덟 살도, 나의 서른여섯 살도 다시 오지 않을 시간임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아끼고 아껴, 서로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나누어야지.'

 

지금의 나는, 이혼을 하고 생계를 꾸려갈 걱정과 현실적인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현실의 문제들에서 도망칠 수도, 도망쳐서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현실의 무게에 눌려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는 말자고, 일기를 쓰며 다짐해 본다. 지금의 난관은 언젠가는 거쳐야 하는 문제였고, 시기의 빠름과 늦음이 존재할 뿐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 아니겠냐며.

삶을 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나에게, 오늘도 이야기해 준다. 나와 아이의 오늘을 사랑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




너의 여덟 살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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