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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Oct 10. 2023

떡볶이의 의미

우울할 때 나는 떡볶이를 먹어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떡볶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어떤 이들은 자신도 떡볶이를 정말 좋아한다고 반가워한다. 마치 떡볶이로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어떻게 떡볶이냐고 입맛이 참 소박하다고 하기도 한다.


떡볶이는 주위에 너무 흔하고 저렴해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기에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또 떡볶이처럼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은 흔하지 않다. 나는 예전에 1주일 내내 떡볶이를 먹은 적도 있지만, 전혀 질리지 않아 스스로에게 놀랐던 적이 있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것에 잘 질려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지만, 1주일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는 떡볶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나는 떡볶이를 자주 먹는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시장 떡볶이를 사 먹기도 하고, 즉석 떡볶이 가게에 가서 친구들과 둘러앉아 먹기도 한다. 여자들은 대부분 학창 시절의 추억에 떡볶이가 함께 해서 그런지,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떡볶이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친구들을 만나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으면, 생각보다 즉석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은 걸 보면.


떡볶이를 먹으면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매콤한 맛이 기분을 좋아지게 하기도 해서, 나는 우울할 때면 늘 떡볶이를 먹는다. 마치 우울할 때 초콜릿을 먹는 것처럼, 나는 마음이 지친 날 떡볶이를 먹는다. 매콤 달달한 떡볶이를 먹으면 생각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고,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중학교 시절, 학교 앞에 허름한 분식집이 있었다. 단돈 1000원만 내도 떡볶이 한 접시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비록 어묵도 없는 떡만 들어간 국물 떡볶이였지만, 그 시절엔 그 떡볶이가 하굣길의 행복이었다. 친구들과 떡볶이집에 들러 떡볶이 한 접시를 나눠 먹고, 문구점에서 달콤한 캐러멜 하나를 사 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참 사소한 일에 행복했고, 매일 먹는 떡볶이에 실컷 웃을 수 있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고향에서만 파는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 비록 서울에 많은 떡볶이 가게들이 있지만, 고향에서만 파는 그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 친정 엄마가 사다 준 적이 있다. 그리고 친정에 내려가면 무조건 그 떡볶이 가게에 들러 떡볶이를 사 먹곤 했었다. 간절하게 먹고 싶던 그 떡볶이를 한입 먹었을 때, 다른 값비싼 음식들을 먹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해졌다.


떡볶이는 내게 그런 존재다. 추억을 먹게 하는 그런 음식. 학창 시절의 순간순간을 담고 있고, 아이와의 기억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리고 나이 삼십을 훌쩍 넘은 친구들이 모여 소박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따뜻함이 담겨있다.


오늘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를 만났다. 무엇을 먹을지 얘기하다가, 친구가 즉석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근처에 있는 떡볶이 맛집을 찾아갔다. 이 가게는 불과 몇 주전에, 캐나다에 사는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들렀던 가게다. 몇 주만에 다시 찾아온 떡볶이 가게. 이 친구들과 내가 처음 만났던 나이는, 17살이었다. 우리가 함께한 지도 거의 20년이 되어가고, 많은 상황이 변하고 제법 어른의 나이가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만나면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떡볶이를 먹을 때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퍽 행복하니까.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내가 감당해야 하는 어른의 삶을 잠깐이라도 잊게 되니까.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그 순간만큼은 가벼운 마음으로 웃을 수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떡볶이는 내게 그렇게 충분한 음식이다.


내가 모르고 있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나만의 힐링 포인트들을 하나씩 더 알아가고 싶은 오늘이다. 나는 떡볶이 덕분에, 며칠 만에 글을 쓸 힘을 얻었고, 내일도 모레도 무언가의 힘을 빌어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임신했을 때도 먹고 싶었던 고향의 맛!


대학 시절에 유행했던 죠스 떡볶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맛있다!


즉석 떡볶이는 도란도란 대화가 익어가는 시간과 함께여서, 더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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