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지만, 후회 없는 이별은 있으니까
우리는 가끔 혹은 종종 “나 이 사람하고 헤어질까?”, “너 그 사람하고 헤어져”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타인의 연애에 막을 내려줄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그래서 이것은 내게 몹시 난감한 질문이고, 헤어져라 마라 하는 이야기는 가장 불쾌한 조언이다. 내가 언제 내 연애의 끝을, 당신에게 정해달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연애에 배 놔라 감 놔라 설교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꽤 많다. 덧붙여 자신의 이별의 선택마저 타인에게 허락받으려 하는 사람들 또한 퍽 많다.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을까. 어떤 만남을 가졌던 만남 뒤에는 나름의 아픔이 항상 뒤따르게 되는 법. 그런데 간혹 자신이 아프지 않으려 혹은 이별의 정당화를 위해 타인에게 동의를 구하는 행위를 한다. 이별 후에 찾아오는 아픔은 오롯이 홀로 이겨내야 하는, 사랑한 자의 몫인데. 그것이 그간 사랑했던 대가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겠다. 과연 이별의 칼자루를 타인에게 쥐어주면 내가 덜 아플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그간 사랑한 대가로 어느 정도의 상처를 얻고 그 위에 딱지가 앉고 떨어지며 치유되는 과정을 겪어내리라. 사랑의 과정에서만 인생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이별에서도 우리는 큰 배움을 얻는다. 그렇기에 이별에 있어서 아프지 않을 방법을 찾기보다 사랑했던 만큼 솔직하게 아픈 편이 낫지 않을까. 사랑에 있어서도 이별에 있어서도, 자신의 감정에 한걸음 더 솔직해질 수 있기를.
또 한 가지. 다른 이의 이별을 쉽게 입에 담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가 이별하고 아파할 때, 그에게 헤어지라고 말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자신의 삶을 누리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절대 그 사람의 인생에 함께 들어가 아파해 줄 수 없다. “그러게 누가 내 말만 듣고 이별하래? 분명 너도 그 사람하고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헤어졌겠지.” 누군가는 이렇게 맞받아칠 수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당신의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듣고 이별한 그 사람의 잘못도 크니까. 하지만 당신이 책임질 수 없는 말로 다른 사람의 사랑에 금이 가도록 유도하지는 않았는지, 그 사람의 마음에 불안의 불씨를 지펴주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비록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지만, 후회 없는 이별은 있다. 아프긴 하지만 후회 없는 이별이 되기 위해서 사랑과 이별을 할 때는 전적으로 ‘나’로 채워져야 한다. 어쭙잖은 주변의 이야기들에 휘둘려 섣불리 헤어지고 나면 이별의 그림자처럼 오래간 후회와 미련이 남게 된다. 타인의 조언으로 헤어짐을 결정하면 아주 오래간 이별 언저리에 머물러 있어야 할 수 도 있다는 얘기다.
사랑의 시작이나 과정만큼 끝도 중요하기에, 이별에 신중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별에 신중하라는 이야기가 단지 이별을 주저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당신이 사랑의 끝에서 후회하지 않는 이별을 마주하기를 바랄 뿐. 나의 첫 연애의 실패를 예로 들어볼까 한다. 어쩌면 나의 부끄러움을 읊조리면 글에 담긴 나의 진심이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하여. 부끄럽게도, 내 첫 연애의 끝이 딱 이러했으니까.
머리털 나고 처음 하는 연애라 대체 뭐가 맞는지도 모르고 사랑에 자신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연애 꽤나 했던 친구가 말했다.
“화이트데이 때 오빠가 뭐해줬어?”
“별거 없었는데. 난 사실 그런 거 별로 의미 안 둬.”
“에이. 그래도 첫 연애잖아. 내가 일부로 오빠한테 너 화이트데이 잘 챙겨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뭐야. 알겠다더니 안 챙겼다고?”
“뭐...?”
“너에 대해 마음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저번에 여사친 졸업 선물은 살뜰히 챙기더니. 너무 실망이다.”
“난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런 거겠지.”
“다음번에 또 이러면 그땐 헤어지자고 해. 그래야 정신 차리지.”
사실 나는 친구가 이런 조언을 한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분명 화이트데이 때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는데. 친구의 얘기를 듣고나자 친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화이트데이를 챙기지 않은 오빠에게 조금씩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친구 앞에서 왜 이런 소리를 듣고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거야. 정말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서운함이 눈덩이처럼 커져 버렸다. 그리곤 남자 친구의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가 이쯤에서 헤어져도 좋다고 한다면, 그에게 나는 딱 그 정도의 사람인 거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는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고했고 그렇게 첫 연애에서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했던 행동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인지 잘 알고 있다. 덧붙여 그 시절의 내가 한심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어찌하나. 이별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순간 남자 친구와 나 사이에는 금이 생겨버린 것이다. 뒤늦게 내가 후회와 미련에 눈물짓고 그를 붙잡으려 해도 그의 마음은 굳게 닫혀버린 뒤였다. 그때 내게 이별을 얘기했던 친구는 무엇을 했는가. 친구는 새로운 연애에 빠져 나의 아픔을 같이 돌봐 줄 여유와 시간이 없었다. 결국 나 홀로 이별의 아픔을 털어내야만 했다.
그때 깨달았다, 이별 뒤에 아픔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을. 이별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지도, 조언을 해주지도 말자고. 나의 얄팍한 조언으로 누군가 나처럼 후회에 몸서리친다면 그 또한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으니까. 이별에 관해선 더더욱 입을 무겁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지만, 후회 없는 이별은 있으니까.
당신이 이별 후에 아프지만 후회는 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