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세상 누구보다 빛나는 당신에게

by 안개꽃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 나왔던,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 가사가 스쳐지나 간 내 입 끝에 쌉싸름한 기운이 남아버렸다. 상큼한 과일향이 나는 사탕 한 개를 베어 물고 싶단 충동이 일었지만, 애석하게도 내 주머니엔 구깃한 영수증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얼마 전, 연애 중인 친구와 연인에 대해 그리고 연애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었다. 사실 연애 중인 친구와 현재 진행 중인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내게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내 감정을 드러냈던 걸 보면, 그와의 연애에서 전전긍긍하며 상처 받는 친구를 보니 그가 미웠던 것도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떨어트리는 사람이라니. 나도 모르게 그에 대한 미움이 스멀스멀 올라와 내 말에 조금의 감정을 실었던 거겠지.

“연애는 정말 이어달리기인가 봐. 내가 이전 연애에서 잘못한 걸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느낌이랄까. 물론 내가 그 사람한테 받았던 사랑을 새로운 사람에게 또 하고 있고. 나 벌 받는 기분이야. 근데 너무 아프다.”
“너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데도.. 그렇게 좋아? 하긴 사랑에 이유가 어디 있겠니.”
“그러게. 쥐뿔 잘해주는 것도 없이 사람 참 비참하게 느끼게 하는데. 이렇게 아픈데.. 근데 또 너무 좋다..”
“그래. 니가 좋다면야 누가 만나라 마라 할 순 없는 거지. 사랑이든 이별이든 결국 자기 몫이니까. 근데 난 니가 너무 많이 아프진 않았으면 좋겠어. 너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글쎄.. 잘 모르겠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한 달이 지났을까. 친구는 내게 그와의 연애가 끝이 났다는 연락을 해왔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지금 친구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상상이 되어,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졌다. 한편으론 그와의 연애가 길어져 친구에게 더 깊은 상처가 남는 것보단 지금 헤어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스쳐갔다. 그렇다. 나는 아무리 친구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절대 아픔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물기 어린 목소리의 친구를 토닥이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조금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슬펐다.


친구는 연인이 좋은 모습으로 변화되길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친구의 기대를 저버렸다. 어쩌면 친구는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이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아서 진실을 외면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 불변의 이치 중 하나.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 또한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30년을 넘게 나란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타고난 기질적인 문제도 있을 테고. 아마 이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사람들이 꽤 있으리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연애를 하며 내가 그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켜야지 혹은 그의 나쁜 점을 고쳐봐야지 생각하는 것은 아주아주 힘든 연애로 가는 지름길이다. 결국 변하지 않는 그를 보며 상처 받고 지쳐 두 손 두발 들고 포기하게 되는 것은 내쪽일 테니까.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이해하고 그의 부족한 부분을 내가 채워줄 수 있는 정도로 타협이 될 때. 그때까지만 사랑을 해나가기를.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사랑은 내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가 나를 사랑하며 나로 인해 바뀔 것이라는 환상으로, 그의 옆에서 변화를 기다리는 것은 상대와 나 모두가 힘든 일이니까. 어느 정도의 선에서 서로의 가치관과 성향이 맞아야 연애도, 사랑도 꾸려나갈 수 있다.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그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되기를 기다린다면 과연 그가 변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가 변하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동안,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따위의 생각으로 나는 수없이 무너지고 괴로움에 허덕일 테지.

나의 자존감이 자꾸만 바닥을 치게 하는 사람은, 결코 내 사람이 될 수 없다. 나를 공주 혹은 왕자로 느끼게 까지는 아니어도,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쯤은 들게 하는 사람과 만나야 사랑이 사랑답게 남을 수 있다. 연애가 끝나고 한참 지나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사랑은 결코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에 대한 나의 미련과 집착, 그리고 내가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란 말도 안 되는 자만이 뒤엉킨 감정들이었다. 나 또한 힘든 연애가 지나가고 한참 뒤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랑이, 하늘이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다.

연애를 하며 상대를 바꾸려 하지도, 나 자신을 포기하지도 않기를. 우리는 때로 연애를 하며 상대와 부딪히는 순간에 혹은 그의 사랑이 식은 것을 직감하는 순간에 자책하며 스스로를 포기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연애가 삐걱거리고 힘든 건 전적으로 나의 문제만은 아니다. 모든 화살을 나에게로 돌리고 나를 미워하지는 말자. 사랑하는 상대방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 자신이니까.


나를 사랑하기 위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연애라는 것을 잊지 말자.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면서 그 상대 때문에 내가 너무 아프다면, 과감히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쓰러진 나를 세워 토닥여주기를. 세상 누구보다 빛나고 어여쁜 당신을 위해.






약간의 위로가 필요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