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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r 한영 Sep 03. 2024

아픈 한국 현대사의 치유의 땅

거제도 여행 전 꼭 알아야 할 거제도

역사의 풍파의 중심에 선 섬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내륙과 가까우면서도 넓은 면적과 급수와 식량의 자급 용이성이 돋보여 본토에서 꺼리는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하며, 섬이면서도 역사의 중심에서 온갖 풍파를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조선시대에는 제주도, 진도, 완도, 추자도 등과 함께 대표적 유배지가 되어 귀양살이 섬으로 불리었다. 또 한반도 남단에서도 동부에 불거져 나온 섬으로 일본과 매우 가까워 왜구의 침입에 자주 시달려야 했다.

   임진왜란 때는 거제도 해역에서 주요 해전이 벌어졌다. 우리 수군이 첫 승전보를 올린 옥포대첩이 거제도 동쪽 옥포만에서 있었고, 임진왜란의 전황을 바꾼 한산대첩이 바로 통영과 거제도 사이 견내량에서 벌어졌다. 원균이 함대 170여 척을 이끌고 무모한 전투를 벌여 150여 척이 격침되고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철천량해전도 거제도에 딸린 칠천도 섬 부근이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거제도에 딸린 지심도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 해군기지로 사용되었다. 해군기지는 보통 침략의 교두보로 통한다.


아픈 한국 현대사의 치유의 땅

   한국 현대사로 넘어와서도 거제도는 역사의 아픈 상처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현장이 되었다. 한국전쟁 때 거제도는 상흔의 모든 뒤치다꺼리를 감내해야 했다.

   거제도는 전쟁 포로들을 수용한 땅이 되었다. 무려 17만 3,000여 명의 포로가 수용됐고, 여기에 경비 병력과, 행정요원까지 합해졌다. 10만여 명의 거제도 주민들은 자신들의 인구를 훨씬 넘는 전쟁포로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이뿐이 아니다. 거제도는 흥남부두를 떠난 피난민 10만여 명이 첫발을 내디딘 곳이기도 하다. 도합 15만여 명의 피란민들은 10만여 명인 주민들의 신세를 져야 했다. 당시의 일을 기억하는 노인들에 의하면 골방이나 창고에까지 피란민들이 들어찼지만 거제도 주민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흥남철수작전으로 온 10만여 명의 피란민 외에 부산에 머물던 피란민 상당수가 거제도로 옮겨졌다. 거제도는 전쟁 포로에 피난민까지 합해져 한때 극심한 혼란의 땅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거제도는 고래로부터 숱한 시련 속에 단단한 삶의 의지와 인내로 모든 아픔과 고난을 수용하고 극복해 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거제도는 아픈 한국 현대사의 치유의  땅으로 역할했다. 그것이 아름다움의 땅 거제도가 품은 거제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오늘날 거제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선공업지역으로 한국 경제성장을 배태한 주요 현장이 되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레저와 휴양의 섬으로 거듭나다

   역사의 온갖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거제도는 그러나 오늘날 천혜의 자연이 주목받으며 ‘레저와 휴양의 섬’으로 새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전쟁의 상처를 치유했던 땅의 저력이 오늘날 산업문명의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힐링의 땅으로 피봇됐다고 할 수 있다.

   거제도의 자연의 특징은 첫째, 우리나라 섬 중 가장 긴 해안선 길이를 자랑하는 특유의 리아스식 해안이다. 섬의 크기(382.2 km2)는 제주도(1,845 km2)보다 약 5배 작지만 변화무쌍한 굴곡진 해안의 특징으로 거제도의 해안선의 길이가 제주도 해안선 길이 419.95km(본섬 308.32km와 부속도서 111.63km를 합한 총 해안선 길이)보다도 긴 무려 443.8km에 달한다. 그만큼 다양한 만과 해안 경치를 보유하고 있다. 지질적 특성도 하나의 화산체로 이루어진 제주도와 달리 백악기에 이루어진 경상 누층군의 퇴적암, 화산암과 불국사 화강암류의 지질을 기반으로 다양한 퇴적 구조를 보인다.

   둘째, 아름다운 섬과 푸른 바다로 이루어진 한려수도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다양한 부속섬 군을 포괄한다. 거제도라는 하나의 섬 속에 88개의 유무인도(유인도 10개)를 품고 있다. 대한민국 명승 제2호로 지정된 바위섬 거제해금강, 외도 보타니아, 거북섬 내도, 동백꽃 가득한 지심도, 일몰과 일출이 아름다운 가조도, 해식애의 이수도 등 아름다운 부속섬들이 즐비하다. 바람의 언덕, 신선대, 여차홍포해안도로, 학동몽돌해변, 근포땅굴 등 자연이 만든 명소를 품고,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폐왕산성 연지, 경상우수영 등 역사 유적지와 가거대교, 해저터널, 매미성, 거제식물원,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 남파랑길 170km 등 많은 관광과 힐링 명소들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역사의 한 부분으로 살아간다. 역사가 말해 주는 우리의 모습 속에 삶과 문화, 그리고 진정한 힐링의 요체가 있음을 거제도는 말해 주고 있다.


거제 9경 바람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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