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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쓰 Eath Jul 04. 2020

나의 첫 타투 이야기

타투를 계획 중이라면 꼭 읽어 보세요.

한예슬의 K-타투

‘배우 한예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예전에는 히트 친 출연작이었겠지만, 지금은 뭐니 뭐니 해도 타투가 아닐까. 개인 유튜브 채널’ 한예슬 is’를 통해 소개했던 12개의 타투는 꽤나 화제가 됐다. 판에 박힌 스타일, 유행에서 벗어나 ‘나를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함께 이제는 아이돌이나 연예인들도 다양한 타투로 그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타투는 메이크업이나 패션처럼 또 하나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타투보다 문신이라는 단어가 더 흔히 쓰이던 시절에야 소속의 상징이나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한 목적으로 커다랗고, 강렬하고, 혐오감을 주는 도안들을 많이 새겼지만, 최근의 타투는 작은 사이즈, 은은한 색,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하나의 바디 액세서리처럼 취급된다. 사랑하는 가족의 탄생화를 모은 꽃다발, 우리 아기의 발도장, 부모님이 적어준 응원의 메시지를 필체 그대로 새기는 것 등도 유행이다. 특히, K-POP 아이돌을 통해서, 손재주가 좋고, 예쁜 도안으로 유명한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의 특별한 감각이 해외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타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트렌트 모니터에 따르면 ‘우리 주변에서 타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고 답한 응답자가 65.2%, ‘타투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좋아졌음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가 70.9% 라고 한다 (2018년 남녀 1000명 대상). 실제로 언제인가부터 지하철을 이용하며 타투를 한 사람을 보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 

 

타투는 어떻게 새겨지며 영원히 몸에 남을까.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얼마나 되랴.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로 만물은 변한다는 만물 유전설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타투는 영원히 몸에 남는다. 어떻게?

의외로 그 과학적 배경이 밝혀진 건 최근의 일이다. 문신이 고대 인류에서도 발견되는 풍습이었던 만큼 긴 역사를 가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놀랍다. 2018년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이라는 저널에 한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우리 몸에 한 번 주입한 타투 잉크가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 남는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타투는 분당 50-300회의 속도로 바늘로 살갗을 찔러 상처를 내고 잉크를 피부의 진피층에 넣는 작업이다. 피부의 입장에서 보면 침입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즉각 대응에 들어간다. 피부가 찢기고, 외부 물질이 피부를 뚫고 몸으로 들어온 상황은 위기다.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각종 면역 인자들과 관련 세포들이 전쟁터로 모여든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면역 세포들이 있는데, 타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식세포다. 이름에서 느낌이 온다. 이 세포는 침입자를 먹어 치운다. 이번 전투에서 먹어 치울 상대는 잉크다. 보통의 침입자는 세균, 바이러스 같은 것이다. 통상 대식세포는 세균을 먹어 치운 뒤에 소화시켜버린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색소를 먹을 수는 있었는데, 소화가 안된다. 결국 뱃속에 색소를 그득 담은 채로 대식세포는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가 보는 타투 잉크는 대식세포의 뱃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처음, 사람들은 이 대식세포가 내내 그 자리에 머무르며 타투를 남긴다고 생각했다.

해당 논문의 저자들은 한 가지 실험을 더 해봤다. 디프테리아 독소를 이용해서 타투 잉크를 먹은 대식세포를 일시적으로 없애 버렸다. 이후의 관찰에서 밝혀진 건, 대식세포들이 죽으면서 그 안의 색소들이 다시 나오지만, 이내 다시 생겨난 대식세포들에 의해 도로 잡아 먹혔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색소들은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또다시 잡혀 있게 된다. 우리 몸의 세포는 주기를 두고 생겨났다가 사라지곤 하는데, 앞서 색소를 먹은 대식세포가 죽어도 곁에 있던 새로운 대식세포가 이 색소를 바로 먹어 치워 버리기 때문에 색소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타투 후의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통상 타투를 하고 나면 해당 부위에 3-4주 동안 비판텐이나 바셀린을 꾸준히 바르라고 한다. 비판텐은 유명한 연고니까 이해가 되는데, 바셀린은 왜 바르라고 하는 걸까.

바셀린은 로버트 체스브로라고 하는 미국의 화학자가 1872년에 발명했다. 이 분은 처음에는 향유고래의 기름에서 등유를 정제하는 연구를 했다고 하는데 석유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다시 석유에서 쓸모 있는 물질을 정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관심을 가진 건 석유가 아닌 석유 부산물이었는데, 유전에서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화상 등의 상처에 석유 부산물을 바르는 걸 보고, 이 석유 부산물을 정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들어낸 것이 석유 젤리 (petroleum jelly), 지금의 바셀린이다. 바셀린은 제품의 상표명이지만 스카치테이프나 대일 밴드처럼 석유 젤리의 대명사로 굳어졌다. 바셀린이라는 이름은 이걸 정제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꽃병 (vase)에 담아서 라는 이야기가 있다. 참고로 이 양반은 96세까지 장수했는데, 바셀린을 매일 하루 한 숟갈 씩 먹었다고 한다. 그는 장수의 비결이 1일 1 바셀린이라고 했는데 그걸 안 드셨으면 100세는 거뜬히 넘기지 않았을까.

바셀린 자체가 피부를 치유해주거나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는 물질은 아니다. 바셀린은 아주 좋은 밴드 역할을 한다. 개방되지 않은 상처 부위에 바셀린을 바르면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이 씌워진다. 밀폐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세균이나 오염원 등의 외부 물질의 유입이 방지되고, 피부에서 수분이 손실되는 걸 막아준다. 바셀린이 피부 표면을 든든히 막아준 덕분에 안에서는 좀 더 안전하게 회복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타투를 한 뒤, 해당 부위를 잘 씻고 바셀린을 꼼꼼히 얇게만 발라줘도 상처 부위의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타투를 지우고 싶다면

부득이한 사정으로 타투를 지워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은 레이저 시술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타투 제거 시도는 1960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식세포가 소화할 수 없는 타투 색소 입자를 레이저로 잘게 쪼개서 림프를 타고 타투 부위를 빠져나가도록 돕는 원리다.

각각의 타투 색소 입자는 흡수하는 레이저의 파장이 있다. 피부에 각 파장의 레이저를 쏘면 피부 속으로 뚫고 들어가 색소 입자를 때린다. 순간 색소의 온도는 수천 도까지 올라가고 이 에너지가 충격파로 바뀌면서 입자가 부서진다. 따라서 레이저의 조사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져야 한다. 보통 나노초 (10-9 초) 단위다. 만약 레이저를 조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열에너지가 주변의 조직에도 전달되고 화상을 입게 된다. 타투를 성공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레이저가 진피층까지 깊숙이 침투해야 하며, 잉크가 피부 속 깊이 위치할수록 지우기가 어려워진다. 더 잘 부서지기 위해서는 잉크가 레이저를 효과적으로 흡수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각각의 색소에 맞는 파장대의 레이저를 써야 한다. 검은 잉크는 보다 넓은 파장대의 빛을 흡수하고, 녹색 잉크는 빨간 파장대의 레이저를 흡수한다. 노란 잉크는 빛을 흡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 그렇다면 색이 진한 타투와 연한 타투, 둘 중 어떤 것이 더 지우기 어려울까. 밝은 색이다. 최근에는 파스텔톤의 꽃, 나비, 일러스트 타투가 유행인데, 타투를 할 때는 정말 예쁘지만 지우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런 파스텔컬러의 타투 잉크는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를 포함하고 있는데, 자외선 차단제의 주요 성분인 이 물질은 심지어 빛을 반사하는 경향이 있어서 레이저로 제거가 특히나 어렵다. 


타투와 관련된 뷰티 시장

타투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꽤나 양지로 올라온 것과는 반대로 타투 시술 그 자체는 여전히 음지에서 머무르고 있다.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영구 문신의 이용자 수는 천만명, 타투 등의 문신 이용자 수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019년 기준, 관련 종사자 2만 명, 시장규모 2천억의 이 거대한 시장은 현재 불법으로 운영된다. 현행법상 타투처럼 바늘을 이용하는 침습 행위가 의료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비의료인이 시술할 경우 2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문신용 침으로 인한 질병 전염 우려 등의 보건 위생 문제 때문이다. 이에 타투이스트들은 협회를 만들어 관련법을 제정해 규제를 통한 시장의 양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타투는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타투를 지울 때는 타투를 할 때의 10배의 비용이 든다는 말이 있다. 타투를 지우기 위한 레이저 시술은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운 화상을 동반한다.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번져서 처음의 예쁜 모습이 유지되지도 않는다. 세간의 인식 외에도 타투를 선뜻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그래서 타투 스티커 시장 또한 성장하고 있다. 타투는 예쁘고, 나도 하나 하고 싶은데 진짜로 새겼다가는 평생 후회할 거 같은 사람들도 간단히 타투를 즐길 수 있다. GS 리테일의 H&B스토어 ‘랄라블라’는 2019년 6월까지 매출 분석 결과 타투 스티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7% 증가했다고 한다. 타투 스티커는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 특히 바캉스 시즌에 가장 매출이 높다. ‘얼루어’는 2019년 뷰티 키워드 중 하나로 ‘FAKE TATTOO’를 선정했다. 타투 스티커는 유명 타투이스트들의 작업을 실제로 몸에 새기기 전에 테스트하는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예슬 타투이스트로 유명한 Doy를 비롯한 유명 타투이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유명한 브랜드 ‘타티스트’는 2019년, 전년대비 20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향수 브랜드 ‘딥디크’는 향수와 타투 스티커를 접목시켜 ‘하루 종일 향을 몸에 지닐 수 있게’ 하는 ‘퍼퓸드 패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타투 스티커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가장 흔한 문제가 접촉성 피부염이다. 가끔은 대일밴드만 붙이고 있어도 가려운데, 타투 스티커도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타투 스티커는 아이들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스티커를 붙인 자리가 붉게 변하거나 가렵다면 바로 스티커를 제거해야 한다. 보통은 클렌징 오일을 이용해서 문질러 주면 쉽게 녹는다. 제거 후에는 진정과 보습을 위한 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드문 경우, 국내 안전 기준 검사를 받지 않는 제품이 유통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KC인증마크를 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불혹을 앞두고 첫 타투를 새겼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몸에 타투가 있다. 지난 삼십 수년의 삶을 갈무리하고, 남은 40여 년의 지침으로 삼고자 하나 새겼다. 반년 정도 고민을 했다. 그 고민의 기간에는 타투를 할지 말 지와 무엇을 새길지에 대한 고민이 포함된다. 워낙 주사 같은 바늘류의 고통을 잘 참는 편이라 별로 안 아플 줄 알았는데, 의외로 통증이 있었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고 옷핀 같은 것으로 살갗을 계속해서 피가 날랑 말랑하게 긁어내는 느낌이었다. 작은 사이즈의 레터링이어서 작업은 금방 끝났다. 채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나는 영원히 몸에 남을 흔적을 얻었다. 타투를 새긴 직후엔 시술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른다. 화끈한 열감과 쿡쿡 찌르는 통증이 몇 시간 지속되었다. 집에 가는 길에 바셀린을 한통 사서 얇게 발라주는 것 외에 다른 관리는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면 붉은 기는 사라지고 잉크 라인을 따라서 요철이 느껴진다. 살이 아물고 있다. 또 얼마간이 지나면 딱지나 하얀 각질이 앉기 시작한다. 이것들이 떨어지고 나면 이제 매끈한 내 살 위로 타투만 남는다. 타투이스트는 한 달 여가 지나면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실제로 한 달쯤 지나니 부분 부분 색이 빠지기 시작했다. 상당히 가는 선의 레터링이었기 때문에 색 빠짐이 더 도드라졌다. 사진을 받아본 타투이스트는 리터치가 필요하다고 했고 첫 시술 후 6주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리터치를 받았다. 리터치는 처음 시술할 때와 비슷하게 시간이 걸렸고, 타투이스트는 처음보다 좀 더 진하게 라인을 새겼다. 통증은 리터치 때가 더 심했다. 욱신함까지 느껴졌다. 통증은 하루를 지나지 않았다. 리터치로부터 한 달 여가 지난 지금은 처음과 달리 도안이 또렷하게 안착했다. 


요즘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사연까지 공개하긴 어렵지만 일주일에 닷새를 악몽으로 잠조차 편히 자지 못한다. 나는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에라 모르겠다. 정 안되면 죽지 뭐. 그런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서서 하루를 살아내고 내일을 맞아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손목의 타투를 본다. 나의 지난 서른네 해가 내게 알려준 삶의 지혜다. 작금의 고비를 잘 이겨내고 나면 내 손목의 타투는 더욱 소중해지겠지. 그리 되도록 열심히 이겨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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