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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Feb 06. 2022

샛별산악회

우연히 결성된 산악회. 소소한 일상


주말, 별일 없는 날이면 뒷산에 오른다.

뒷산이라는 칭호답게 큰 부담은 없지만

큰 산 못지않은 굴곡이 있어서

등산으로서의 묘미가 제법 있다.


주말 오후,

놀러 나갔던 아들이 5분도 안되어

친구와 함께 들어왔다.

아마도 날씨가 추워서 들어왔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들어왔을 것이다.


산에 가려고 채비를 하던 중

나는 아들 친구에게 물었다.

농담반, 진담반.


"철수(가명)야, 잘 지냈어?

삼촌이랑 산에 갈래?"


"네. 가요"


"그래?

네 친구(아들)도 데려갈래?"


"글쎄요... 간다고 하네요"


그 길로 나는

아들과 아들친구와 함께

뒷산 등산을 시작했다.

 

돌탑 앞에서 소원 비는 아이들


오르는 동안,

한 순간도 입을 쉬지 않는 아이들.

돌탑을 만나면

조약돌을 하나 집어 들고,

소원도 빌어본다.


"너희들, 소원 뭐 빌었어?"


"친구들 화해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오늘 아침에 얘랑 OO이랑

싸웠다고 하더라구요."


삼총사 중 두 친구가 다툰 일이

맘에 걸렸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싸우고 다시 화해하면서

크는 것이니 너도 어서 화해하라며

훈계를 덧붙인다.


게임이나 즐기는

아이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제법 등산을 잘 즐긴다.

아마도 친구와 함께 해서일 것이다.


아이들은 산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서로의 속 이야기를 나누고,

무뚝뚝하긴 해도, 서로를 보듬는다.

나는 조금은 떨어져서 걸었지만,

라디오 듣듯,

주파수를 아이들의 대화에 맞춰서

흐뭇하게 산에 오르고 내렸다.


"너 떡국 먹었냐?"


"그럼, 난 만두 떡국 먹었다."


"몇 그릇 먹었냐?"


"엄마가 한 그릇만 줬는데."


"나도 그랬어."


"그럼, 우리 12살 되는 거다."


잠시 생각..


"뭔 소리냐. 우리 11살이다."


"아니다. 12살이지."


"야. 2021년에 10살이었으니

11살이지."


"그런가..."


한 시간 반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인 편의점으로 갔다.

아이들은 먹고 싶은 간식 하나씩을 챙겨 들고,

다음에도 또 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등산 친구들, 이제 우리는 산악회다.

이름은 뭘로 하면 좋을까?"


산악산악회, 즐거운산악회,

HG산악회 등등

굳이 산악회 이름까지 정해야 하냐며

귀찮은 듯,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

결국, 마을 이름을 따서

샛별산악회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모임에서는

산악회 회원님을 모집해서

다시 오르자 약속과 함께.


샛별산악회 멋진 회원들과의

다음 산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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