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SSAM Jul 10. 2022

아빠, 근데 말이야

아이의 갈등을 통해 본 아빠의 공부법

올해, 동아리를 개설한 아이는 고민이 많다.

동아리에서 하기로 한 공연 준비, 운영진과의 소소한 생각 차이, 부원들을 챙겨야 하는 부담감 등등. 즐거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동아리이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엄마가 집을 비운 어느 날.

아빠는 아이의 저녁을 챙기는 데,

식탁에 앉은 아이가 말한다.


"아빠, 근데 말이야...

 우리 동아리 말이야...

 오늘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거든.

  - 다소 흥분 -

 OO이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지.

 적어도 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동아리부원의 말과 행동이 마음에 걸려있는 모양이다.

사실, 아빠한테 말을 터놓기 전에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했을 것인가.

그 친구가 나에게 왜 그랬을까, 왜 나에게...그렇게 말이다.


"그러게, 그 친구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

 아빠가 생각해도,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우리 딸이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네."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충분히 기분상할 법한 이야기였다.

실상, 사춘기 딸을 키우는 아빠가 터득한 아이와의 대화법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후에는 다분히 교육적이고, 도덕적인 조언을 풀어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이와 대화를 나눈 후, 잠시 생각에 잠긴다.

사실...어른이 된 아빠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마음이 상당기간 불편했을 거라고. 이러저러한 공동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크고 작은 마찰과 갈등이 왜 없을 것인가.


'아빠도 계속 공부중이라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당연히 나와 일치될 수는 없지'하는 생각.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다름, 혹은 마찰과 갈등도 잘 풀어내는 것까지 나의 일'이라는 생각.

때로는 이미 일어난 사건으로 인한 불편함보다는 아직 오지 않은 행복한 일들을 만들어 가는데 나의 일상을 채우자는 생각.

정말 해법이 없다고 느껴질 때에는, 그러한 관계를 미움도 사랑도 아닌 무심함으로 대하자는 생각.


이런 등등의 생각들로 스스로를 단련해 가는지 모르겠다고.

어른이 되었다고,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경계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어린 시절에 겪었던 그 경계들은 아닐지라도, 해법을 요하는 경계들은 늘 있다고.


딸아,  근데 말이야...  

라고 화답하며 방으로 들어간 아이에게 마음 속으로 이야기해본다.

그러면서, 아이와 동질감을 느껴본다.


'사실, 아빠였어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