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정신, 운동에서 깨달은 여유로움의 미덕
요즘의 화두는 '여유'이다.
어릴 때는 어른만 되면 자동적으로 여유가 장착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여유는 자동적으로 갖춰지는 게 아니었다. 돈이 많다고 여유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든다고 여유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여유도 연습과 노력의 결과였다.
얼마 전부터 피티를 끊어서 다니기 시작했다. 머리만 쓰던(?) 삶에서 몸을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몸을 쓰는 방법만 익히지는 않는다. 살아가는 자세를 익히기도 한다.
"성격이 급한 스타일이시죠?"
선생님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어떻게 선생님은 내가 성격이 급하다는 걸 바로 눈치 채셨을까? 자세를 세 단계로 나눠야 하는 등 운동이었는데, 내 맘대로 안 되니깐 선생님 말을 듣지 않고 몸부터 나갔다.
"주어진 몸도 좋고, 꾸준히만 하면 예쁘게 몸 만들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급해요, 여유를 가져요!"
그러게. 왜 그렇게 열을 내고 조급해 했을까? 일을 서두를수록 오히려 잔실수가 많아지는데. 그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급했을까? 그리고 선생님 말처럼 그렇게 꼭 급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고, 어떤 동작을 취해야 하는지가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몸을 써 보니 내 정신이 얼마나 여유롭지 못한지를 깨닫게 될 줄이야.
사람 관계도, 일도 뭐든지 여유로운 상태에서 해야 판단이 잘 서는 것 같다. 원래 나는 성격이 급한 사람인데, 요즈음의 나는 그것보다 한발짝 더 급했던 것 같다. 당장 무언가를 이뤄내야 하고. 남들이 해야 하는 것은 나도 해야 하고. 결국 남들과의 비교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나는 더 조급해졌다. 하지만 조급해질수록 시야는 좁아졌고, 다른 사람들의 말도, 내 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금 더 여유롭게. 급하지 않게. 찬찬히.
당장 안 될 수도 있다. 내일 안 될 수도 있다. 모레도 안 될 수도 있지만. 넓게 보고, 언젠가는 될거라는 믿음. 그리고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
마음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보며, 나는 여유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