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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뜻한 Aug 16. 2024

사내변호사와 로펌변호사는 무엇이 다른가요?

얘야, 변호사가 된다고 진로고민이 끝나는 것이 아니란다.

로스쿨에 다닐 때는 변호사 자격증만 취득하면 모든 진로 고민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진로 고민의 시작이랄까? 고민의 여지가 많다는 건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었다. 생각보다 변호사로서 택할 수 있는 진로의 가짓수가 많았다.


몇 가지 주요한 루트만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사내변호사 (속칭 '사내변'- 2글자만 줄인 것이 함정.): 회사에 소속되어서 법적인 일을 수행하는 변호사. 기업 규모에 따라 법무팀이 있는 팀도 있고 없는 팀도 있어서 어느 팀에 소속될지는 회사마다 다르다. 

그리고 기업에 따라 일의 범위도 다르기 때문에, 딱 떨어지게 무슨 일을 한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내변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1) 소송 업무 - 특히 대기업일수록 큰 소송은 외부 로펌(주로 대형 로펌)에 맡기기 때문에, 그 외의 소송들을 맡게 된다. 2) 자문 업무 - 사실 사내변의 핵심은 자문 업무가 아닐까 싶다. 자문 업무의 대상은 바로 '현업'.


우선 자문 업무를 얘기하기 전에, '현업' 이라는 단어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나도 사내변으로 일하면서도 '현업'이라는 말이 참 낯설었다. 쉽게 말하면 '현업'은 현업에서 일하는 부서를 말한다. 법무팀이 있는 회사를 기준으로 하면 법무팀을 뺀 회사 구성원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리고 3) 기타 행정 업무이다. 사실 1, 2번은 로펌에서도 송무변, 자문변으로 딱 업무가 나뉘어져 있는 변호사가 아닌 한 둘 다 골고루 수행하게 되는 것 같은데 3번은 조금 특수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사내변이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사의 '직원'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사내변의 가장 주요하고도 중요한(?) 특성이 아닐까 한다. 바로 '변호사'이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 쉽게 말하면 누가 월급을 주는지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사내변의 월급은 같은 법무팀의 변호사가 주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변호사'의 업무만 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들어 보면, 회사마다 3), 기타 행정 업무(라고 하고 '잡무'라고 읽는다)를 어디까지 시키느냐도 굉장히 천차만별인 것 같고, 또 사내변마다도 이 기타 행정 업무를 대하는 자세 내지 호불호가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위 업무에 대해서 그렇게 큰 거부감이 안 든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내가 왜 이 일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내 얘기를 하자면, 내가 사내변에 간 가장 큰 이유는 첫째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경영학도도 아니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커다란 축은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기업에 대해서, 나아가 기업 법무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물론 로펌에 가서 기업 법무 관련 자문 업무를 하면서 그런 지식을 쌓을 수도 있었겠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그리고 기회가 닿을 때 큰 기업에 가서 기업이 돌아가는 구조, 결정 구조 등을 배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위의 기타 행정 업무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특히 나는 팀의 막내였기 때문에 거의 도맡아 하기는 했지만, 큰 부담이나 싫어하는 감정은 적었던 것 같다. 


오히려 사내변으로서 재밌기도 했고, 동시에 한계점도 느꼈던 것은 1번과 2번, 소송 및 자문 업무가 아니었을까 한다. 우선 소송 업무의 경우, 회사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뭐랄까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이끌어가는 소송 업무는 소가도 작고 쟁점도 간단한 소송이었고, 소가도 크고 복잡한 소송 같은 경우에는 전담 로펌을 보조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특히 소송 업무에 있어서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사내변 초반에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지 못했는데, 일한 지 1년이 지나고 나니, 사내변으로 있으면 소송 업무는 좀 놓칠 수 있겠구나 하는 아쉬움 내지 두려움이 든 것도 사실이다.


소송 업무 얘기는 이쯤으로 해 두고, 자문 업무 얘기를 간단히 해보자면... 내 생각에는 사내변 업무의 꽃은 '자문' 업무가 아닐까 한다. 끊임 없이 수임 걱정을 해야 하는 대다수의 로펌 변호사와 달리, 사내변은 고객이 항상 회사에 있다(물론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그리고 회사에는 항상 크고 작은 법적인 문제들이 상존해 있기 때문에, 그 업무의 범위도 정말 다양하다.


나의 경우에도 자문 업무에서 다뤄 보았던 법들이 정말 많다. 민법, 형법, 상법뿐만 아니라 하도급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아주 다양했다. 짧은 시간 안에 물어 보는 것도 많았고, 내가 원하기만 하면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 분야의 법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좋았던 것은, 같은 법무팀 변호사들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어떠한 논증 구조로 의견서를 작성하는지 볼 수도 있었고, 답을 잘 못 찾겠는 것은 때때로 중형 이상의 로펌을 통하여 의견을 구하여서 로펌 변호사들의 의견도 참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부수적으로 다양한 변호사들이 쓴 의견서를 보면서, 클라이언트(로펌의 클라이언트는 사내변이기도 하다)로서 어떠한 의견서 형식이 잘 읽히는지를 고민해 보고 다른 변호사들이 쓴 의견서를 통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쓰다 보니 느낀 것은, 결국 어느 자리에 가든지 그 전에 1)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성향의 사람인지 나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고, 2) 내가 가려는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3) 그러한 자리가 정말 나랑 맞는 자리인지를 가기 전이나 가고 나서도 끊임 없이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사내변에서 로펌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몇몇은 나에게 '그럴 거면 왜 처음부터 로펌에 갔어야지, 왜 사내변에 왔다가 옮기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송무를 배우고 싶어서 로펌에 갈 거면 처음부터 로펌 변호사를 했어야지 굳이 사내변을 왜 거치느냐 하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의 나는 아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진심으로 궁금했었고, 기업 법무에도 관심이 많았었다. 그렇다고 송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송무야말로 나중에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지금은 로펌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사내변으로서의 시간을 후회하냐 하면 '절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 그 때 배웠던 것들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 배우고 싶었던 일을 했기 때문에 나는 후회가 없다. 


물론 사내변과 송무변 둘 다 모두를 경험해 본 현재에서, '지금 다시 돌아가도 사내변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그 대답은 확신할 수 없지만, 어쩌면 사내변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계속 사내변에 대한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사실 나도 사내변을 선택하기 전에, 사내변으로 있으면서도 진로 고민이 정~말 많았었고, 혹시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이나, 사내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들을 많이 쓰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글을 다 쓰고 보니 결론은 명확히 한 가지인 것 같다. 


내가 뭘 해 보고 싶은지 생각하라!


내가 하고 싶은 게 송무변이면 그렇게 하면 되고, 사내변이면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다. 다만 둘 다 중에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내가 쓰는 글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틈틈이 사내변으로 있으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도 풀어보려고 한다(feat. 아마도 내가 겪은 일은 전국 최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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