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한국에 왔다가 절도범으로 몰린 외국인
모든 사건은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되었고, 이를 위하여 내용 중에 허구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청천벽력이라더니, 딱 지금 제 심정입니다. 새로운 꿈을 위해 한국 호텔에서 경험을 쌓으려던 제가 절도범이라니요!"
제 앞에 앉은 의뢰인, '안 선생님'(가명)의 얼굴에는 억울함과 절망감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는 본국에서 문화 연구 분야에서 일하다가, 한국의 선진 호텔 경영을 직접 배우고 경험하여 고국에 돌아가 자신만의 특색 있는 숙박 사업을 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바다를 건너왔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가 현장 경험을 위해 임시직으로 일하던 서울 도심의 초호화 호텔, '스타라이트 팰리스 호텔(가명)'에서 하루아침에 절도범으로 몰린 것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호텔에 투숙했던 한 커플(편의상 '강 씨'와 남자친구 '배 씨')이 퇴실 후 "객실 서랍 안, 뚜껑 달린 머그잔 안에 넣어둔 고가의 시계와 맞춤 제작 보석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신고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들이 지목한 용의자는 바로 객실 청소를 담당했던 안 선생님이었습니다.
안 선생님은 경찰 조사에서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저는 평소 제 청소 방식대로, 객실 밖에 나와 있는 사용한 컵들만 수거해 세척했습니다. 서랍 안에, 그것도 뚜껑까지 덮여있는 머그잔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절대 열어보지 않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전혀 몰랐고, 당연히 가져가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주장은 확고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머그잔은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재질이었고, 위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이 덮여 있었습니다.
수사 기록을 찬찬히 검토하던 제 머릿속에는 여러 의문점이 떠올랐습니다.
CCTV의 한계: 호텔 복도 CCTV에는 안 선생님이 객실에 출입하는 장면만 있었을 뿐, 그가 문제의 물건들을 가져가는 결정적인 장면은 없었습니다.
수상한 점검원 '최 씨': 안 선생님이 청소를 마친 후, 그리고 다음 투숙객이 입실하기 전, 객실 점검을 했던 호텔 직원 '최 씨'가 있었습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서랍 안을 봤지만 그런 물건은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자신에게 요청된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 검사는 거부했습니다. 반면, 안 선생님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했죠.
다음 투숙객의 가능성: 심지어 문제의 객실에는 강 씨 커플이 피해 사실을 호텔에 알리기 전, 이미 새로운 투숙객이 입실해 몇 시간을 머문 상태였습니다.
이 모든 정황은 사건이 결코 안 선생님의 단독 범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습니다.
검찰은 안 선생님이 사건 직후 마치 범행을 은폐하려는 듯 본국으로 출국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억울한 오해였습니다. 안 선생님의 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정규 휴가이자, 한국에서의 단기 연수 일정을 마무리하는 귀국이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예정된 휴가 기간에 맞춰 다시 한국으로 가족들과 함께 돌아왔다가,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자녀들이 공포에 질려 지켜보는 앞에서 차가운 수갑이 채워지며 공항에서 체포되는 황당한 상황을 맞닥뜨렸습니다. 만약 그가 정말 도주를 생각했다면, 제 발로 다시 한국 땅을 밟았을까요?
재판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점, 그리고 순간의 오해로 인해 절도범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안 선생님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본국으로 먼저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과 기약 없이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직 아빠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어린 자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아빠와 생이별을 해야 했고, 안 선생님은 홀로 한국에 남아 생계를 걱정하며 외로운 법정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러한 증명이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를 방패 삼아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안 선생님이 불투명한 머그잔 속 내용물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 점검원 최 씨 등 다른 인물에 의한 절취 가능성, 그리고 안 선생님의 출국이 도주가 아니라는 명백한 정황 증거들을 제시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음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길고 긴 싸움 끝에, 1심 법원은 저희의 주장을 받아들여 안 선생님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객실 청소 중 머그컵 안의 시계 등을 발견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절취되었을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였습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지만, 항소심 법원 역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품을 가져간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 안 선생님의 무죄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뻔했던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단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예단되고 비난받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안 선생님은 새로운 꿈을 안고 한국을 찾았다가 예기치 않은 송사에 휘말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수많은 밤을 눈물과 불안으로 지새워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진실의 힘을 믿고 재판에 임해준 안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경과 언어를 넘어, 진실을 향한 믿음이 가져다준 값진 승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