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난 새벽 다섯 시, 자신이 흉측한 액체 괴물로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J씨는 생각했다. 흘러내리는 몸 탓에 볼을 꼬집어 볼 여력은 없었지만 꿈이 아님은 확실했다. ‘이 모든 게 다 그 때문이야.’ J씨의 몸은 뜨거워졌고, 농도는 연해졌다. 침대에서 추락하지 않기 위해 여러 번 심호흡을 했다.
지난 수십 년 J씨를 쳇바퀴 속 햄스터로 만들던 방학과 개학은 올해 처음으로 무너졌다. 학기와 학기를 위해 존재하는 듯 했던 방학은 지나치게 길어진 바람에 방학과 개학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던 참이었다. “어떤 작가는 퇴고할 때 접속사를 다 지운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그런데, 그러니까 같은 것들 말야.” 쉰 소리가 넘치던 그의 친구 H의 말 속에도 뼈가 있을 때가 다 있었다. J씨에게 이번 방학이 꼭 그랬다. 쓸데없이 길고 긴 접속사 같은 것.
시원하게 “그 새끼 요새 연락이 없네...”라고 말하려던 순간 J씨는 비로소 화를 삭힐 수 있었다. 6시면 어머니가 만드는 그릇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기까지 30분여 남았고, 애석하게도 그의 모든 관절은 사라진 터라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앞으로 2주는 더 개학이 미뤄지겠지?’ 지난 밤의 고민을 J씨는 기억한다. 지금 상황에 비하면 꿀이었던 어제였으리라.
그때 방문을 조심스레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J야 출근하지 않을거니? 오늘도 재택이야?”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였다. 그는 목소리를 내보려고 안간힘을 냈다. 그때 J씨의 몸 어딘가에서 *퐁!*하고 기포가 터졌다. “허이구 쟤도 참. 말로 하지 방귀를 뀔건 또 뭐람.” 하나 둘 가족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거듭된 가족의 채근 속에 그는 더이상 침대 위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때였다. 창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날 만나주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J가 자신을 액체괴물로 만들었다고 의심하는 용의자였다.
“당신은 철밥통이 아니오. 당장 밖으로 나오시오.” 그의 높아지는 목소리에 J씨의 몸이 다시 부글대기 시작했다. 꼭 이 주일 만의 만남이었지만 X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로 치면 전무쯤 되는 그는 마치 월급을 주는 사람처럼 행세했다. 사람들은 X에게 X를 하나 더 붙여 XX 노래를 만들어 놀리기 시작했지만 집단의 화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동족혐오가 이런 것인가.”라고 말하던 J씨에게는 “그들은 한 번도 우리와 동족인적이 없었어. 동종업계일 뿐이지.”라고 대꾸하던 H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풍! 푸와와아악!* 이번 소리는 *퐁!*과 확연히 달랐다. 좀 전과는 달리 겨자색 연기도 뿜어져 나왔다. J씨는 X를 가만 둘 수 없었다. 그는 안감힘을 다해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왔고, 문 틈으로 몸을 비집었다. J씨의 머릿 속에는 ‘전지현씨 BHC’하는 낯익은 BGM이 흘렀다. 죽기 전에 외쳐도 대수롭지 않을 치킨이기에 전력을 다해야 할 지금에 딱 맞는 노동요였다. J씨는 이제 방문 밖으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매일이 만우절 같은 요즘입니다. 기자나 악플러들의 뭇매에도 멘탈 건강했던 저인데, 지난 몇주간 동종업계에서 쏟아진 비난에는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고 마음이 아프더군요. 화살로 찢기고 뜨거운 물로 참수 당하고 절구로 짖이겨진 심정이었어요. 결국 액체괴물이 되었는데, 그래도 제 목소리를 내야하잖아요. 이번에는 온라인 개학을 해낼 차례네요. 이렇게 열심히하는데, 개소리하는 인간들에게는 방귀나 맥여주고, 헛소리하는 인간들에게는 콧방귀나 뀌어주자구요. 모두 각자의 교실에서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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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카프카의 장편 ‘변신’에서 출발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