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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Sep 14. 2019

소설 2045년
18. 시위대 해산에 나선 야쿠자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18. 시위대 해산에 나선 야쿠자


도쿄 경시청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인 거주 지역에 공급되는 수돗물에만 방사능 해독제가 투여되고 총독부의 한국인 직원들에게만 방사능 해독제 알약이 지급된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일본인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었다. 나가노 유키오와 이철훈이 주도하는 한일 차별 철폐 위원회에는 일본인 지식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총독부 앞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일본인에 대한 차별은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지금 방사능 누출로 인해 많은 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한국인들만 해독제를 지급받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이자 부당한 취급입니다. 총독부가 그동안 외쳐온 한일 일체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 아닙니까?"

나가노 유키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도쿄대 강당을 울렸다.

"맞습니다. 한반도 출신이나 일본열도 출신이나 모두 대한민국 국민인데, 어찌 한반도 출신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지고 일본열도 출신자는 소외될 수 있단 말입니까? 총독부는 더 이상 차별행위를 하지 말고 방사능 해독제를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지급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이철훈이 거들었다.
도쿄대 강당에 모인 한일 차별 철폐 위원회 위원들은 몹시 격앙되어 있었다.

"나도 우리 같은 지식인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총독부에 쳐들어갑시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옳소! 옳소!"

총궐기대회는 9월 25일 오후 2시로 잡혔다. 과학계와 문학계, 예술계 인사들을 비롯한 지식인 중심의 위원회가 주도하는 것이었지만 성난 군중들도 가세했다. 이케부쿠로 상인연합회를 필두로 도쿄 지역 상인들과 지역 대학생들이 대거 참가하기로 했다.

"보통 일이 아니군"

도쿄 경시청 차장으로 승진한 이감응이 혼잣말처럼 뱉었다.

"일본인들의 대규모 시위라, 이걸 그냥 놔둘 순 없지. 싹을 잘라내야 하지 않겠나?"

"물론이죠. 방치했다가는 독버섯처럼 자라버릴 테니까요"

나석이 파 두목 공나석이었다.

일본 열도의 야쿠자 조직을 삼키고 통일을 이룬 공나석은 경시청은 물론 총독부와도 커넥션을 만들어가며 일본 열도에서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고리대금업과 도박업, 풍속업은 물론 건설업과 부동산 임대업에까지 진출하며 돈을 긁어모으는 중이었다.

총독부 앞 궐기대회를 사흘 앞두고 공나석이 전국 우두머리 회의를 소집했다. 넘버 2인 한영욱과 넘버 3 이도관, 넘버 4 이한식. 그리고 야마구치 히데오와 이토 타로, 니시마 타다오 등이 긴자의 한 요정에 모였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의 은혜를 입고 그동안 조직을 키웠고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재난으로 국가가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제는 우리가 국가를 위해 봉사할 때가 왔다. 형제들이여, 힘을 합치자"

"예. 회장님!"

 야마구치구미 소속 조직원들이 이 작전에 함께 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인에게만 지급되는 방사능 해독제를 이들도 예외적으로 지급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나중에 이 해독제가 다량 생산되면 이를 통한 돈벌이가 가능해질 것이란 점도 그들에게 충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총독부와 계약을 맺은 제약회사가 개발한 해독제는 아직 백 퍼센트 임상실험을 끝내지 못한 상태였다. 효과가 입증되면 대량 생산체제로 돌입해 더 많은 이들에게 보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공나석은 이 과정에 개입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할 계산이었던 것이다.

총궐기일에 펼쳐질 작전명은 '이치가야 대청소'로 정해졌다. 총독부가 들어선 옛 일본 방위성이 자리 잡은 이치가야에서 대청소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 작전명이었다. 차별 철폐를 부르짖는 일본인 시위대가 야쿠자의 총칼에 쓰러지며 이치가야는 피바다가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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