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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Sep 15. 2019

소설 2045
19. 이치가야 대청소 작전

19. 피비린내 나는 이치가야 대청소 작전


2042년 9월 25일 이치가야 총독부 앞

일본인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백만 시민 궐기대회는 2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다.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멀리 교토와 오사카에서도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20대가 주축이었지만 50대 중년 60대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방사능 해독제를 한국인들에게만 지급한 것은 일본인들을 크게 자극할 만한 일이었다.

총독부는 무장병력을 총독부 안팎에 배치했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그 바리케이드 밖에는 최루탄과 고무탄 총으로 무장한 경찰을 배치했다.
이감응 도쿄 경시청 차장이 공나석에게 전화를 건다.

"준비는 차질 없이 되고 있겠지?"


"물론이죠. 걱정 마십시오. 야쿠자 아이들을 곳곳에 배치해놨습니다"

시위대 사이에 야마구치구미 소속 조직원 천 명이 섞여 있었다. 나석이 파 조직원 2백여 명이 이들과 함께 했다. 현장 대장 역할을 맡은 건 나석이파 넘버 4 이한식이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걸 신호로 작전에 돌입한다. 연단에 자리 잡은 지도부 인사들부터 없애면 되는 거야. 알겠지?"


"네!"

조직원들은 모두 회칼로 무장하고 있었다.

"시민 여러분! 대지진이 시즈오카를 덮친 지 두 달을 넘었습니다. 곧바로 원전 폭발의 대재앙이 닥쳤지만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싹 틔우며 극복을 위해 하나 되어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총독부는 한국인 거주 지역에만 방사능 해독제가 투여된 수돗물을 공급하고 한국인들에게만 해독제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우리 일본열도 출신 국민들은 방사능에 노출된 채 언제 죽을지 모를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분노를 모아 총독부에 엄중히 항의합시다!"

연단에 서 마이크를 잡은 나가노 유키오의 목소리에서는 단호한 결기가 담겨 있었다.

"우리 이제 총독부를 향해 전진합시다"

수십 만의 시위대가 운집한 이치가야 일대는 긴장감이 팽팽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장전했고 물대포를 준비했다.

"와~"

함성과 함께 시위대가 움직였다. 시위대가 총독부 건물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에 다가서는 순간 경찰은 일제히 최루탄을 발사했다. 희뿌연 연기가 시위대 한가운데에 퍼졌다. 매캐한 연기 속에 시위대가 움칫 행진을 멈춘다. 그때였다.

"지도부를 습격해!"

이한식이 외쳤다.
조직원들은 품고 있던 회칼을 꺼내들고 나가노 유키오를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을 향해 달려든다.

그런데 돌연 야쿠자 조직원들이 이한식을 비롯한 나석이파 조직원들을 공격한다. 일부는 나가노 유키오 등 시위대 지도부를 감싸며 보호한다. 최루탄을 쏘던 경찰 병력 뒤편에서도 죽도와 각목 쇠파이프로 무장한 야쿠자들이 투입되더니 경찰을 공격한다. 순간 바리케이드 안쪽은 아수라장이 되고 최루탄 발사기와 물대포는 야쿠자들에게 장악된 채 경찰력은 무력화되고 만다.

"뭐야, 이 야쿠자 새끼들이 우리를 배신한 거야?"

"이봐 이한식이, 우리가 언제까지 너희들 꼬붕 노릇을 할 줄 알았냐. 우리도 일본인이라고. 일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는데 우리 야쿠자들이 동포들을 죽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이참에 야쿠자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니시마 타다오가 회칼을 꺼내 치켜든다. 햇빛을 받아 번뜩이던 니시마의 칼이 이한식의 목에 꽂힌다. 이한식에 이어 나석이 파 조직원들이 하나씩 야쿠자들의 칼에 쓰러진다.

총독부 앞 바리케이드 저지선이 무너지고 시위대는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과 함께 총독부 정문을 향해 돌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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