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민 칼럼] 빗나간 예언... 대재앙은 없었지만 긴장 못 푸는 일본열도
예언은 빗나갔다. 동일본 대지진보다 더 궤멸적일 것이라는 대재앙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열도가 안도하고 있다. NHK 아나운서는 "소문은 역시 소문으로 끝났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만화가가 꿈에서 봤다는 2025년 7월 5일 대지진 예언은 일본의 영향력 있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거론하면서 일본 사회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관련 영상은 1400개나 유통되었고 조회 수는 1억 뷰를 돌파했다.
7월 5일 대재앙 예언은 해외로까지 퍼져나가면서 홍콩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경제적 여파도 컸다. 일본 여행 기피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났을 정도다. 일본 기상청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언비어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예언은 점점 더 확산되며 불안과 경계심을 일으켰다. 일본 정부도 근거 없는 소문일 뿐이라며 일축했지만 혹시나 하면서 마음을 졸였나 보다. 7월 5일 하루 해외 공관장들도 비상 대기한 걸로 전해진 걸 보면.
해프닝으로 끝나자 소셜미디어에도 글이 넘쳐난다.
"'예언의 날'이 지나갔네, 솔직히 겁이 났었는데 잘 됐다"
"예언이 빗나갔네. 그런 유언비어 퍼뜨린 놈 누구야"
예언자에 대한 비난과 '다행'이라는 안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직은 경계심을 풀지 못할 때라는 반응도 나온다.
"7월 5일은 지났지만 도카라열도 지진은 신경 쓰인다. 대비는 필요하겠지"
실제로 규슈 남서쪽 도카라 열도 근해에서는 최근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7월 5일이 임박했던 3일에는 진도 6 약(弱)의 비교적 강한 지진이 발생해 '대재앙 예언'이 적중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를 낳기도 했다. 7월 5일이 지나고도 6일부터 7일 아침 사이 진도 5 약 이상의 지진이 3차례 관측됐다. 6월 21일부터 지진활동이 활발해진 도시마촌에서는 7일 새벽까지 진도 1 이상의 흔들림이 1,581회나 관측되었다. 불안이 계속되자 섬 지역 주민 수십 명이 가고시마항으로 대피했다.
더 심상치 않은 건 지각변동이다. 일본 국토지리원이 인공위성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진이 시작된 6월 21일 이후 다카라지마(宝島)의 관측점은 처음에는 북동쪽으로 1.8cm 이동했다. 7월 2일 정오부터 3일 오후 사이에는 남쪽으로 4.2cm 이동하며 방향까지 급변했다. 히라타 나오 지진조사위원장은 “변동량이 극히 크다. 노토 반도 지진 때조차 수년에 걸쳐 몇 mm, 몇 cm였는데, 이번에는 2~3일 만에 4cm나 움직였다.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은 대규모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며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30년 안에 규슈 남쪽 근해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 수도권 직하형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70% 이상이라는 게 기상청의 공식 발표다. 한 만화가의 예언은 빗나갔지만 대지진 경계령은 여전히 해제되지 않았다. 1억 2천5백만 일본인들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