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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Feb 23. 2020

07. 다시 시작하는 살림살이

본격적인 캐나다 일상생활 시작하기

  캐나다에서 혼자 지낸 지 2개월 만에 아내와 딸아이와 재회했다. 마침 그때쯤 Study Permit(학생비자) 승인이 났고, 친한 친구가 뉴욕에 출장을 오게 되어 겸사겸사 뉴욕에 짧게 여행을 가서 친구를 만나고 오기로 했다.  다시 캐나다로 들어오면서 학생비자도 받고, 토론토 공항에서 가족들을 만났다.


  온 식구가 사실상 캐나다로 이사 온 샘인데, 아무것도 없었다. 앞으로 지낼 아파트는 미리 구해서 임대계약을 했지만, 입주날짜가 3일 정도 남은 상황이었고, 학생비자가 없어서 캐나다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없었기에 차도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학교 근처에 호텔을 잡고 차는 렌트를 해서 그동안 지냈던 학교 주변 동네들을 구경시켜주었다. 


별것 아니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워서인지
우리 모두 즐겁게 재회한 첫 날을 보냈다.


  다음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착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먼저 캐나다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한국 운전면허증과 여권, 영사관에서 받은 운전이력 증빙 서류를 담당 관공서에 가지고 가면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캐나다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준다. 다른 나라 이민자들이 엄청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캐나다 운전면허증은 G1, G2, G로 단계별로 나누어져 있고, 최종 G 면허증까지 따는데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자국 면허증만 있으면 캐나다 면허증으로 바꿔 쓸 수 있으니 큰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면허증은 나중에 우편으로 발송되기 때문에 임시로 쓸 수 있는 종이 증서를 먼저 받고는 차를 구경하러 갔다. 캐나다 자동차 영업점들은 보통 새 차와 중고차를 같이 거래한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일단 중고차를 사기로 했다. 앞으로 가구나 다른 살림살이도 사야 하고, 이사도 자주 할 것 같아서 큰 차로 알아보다가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미니밴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한참 캠핑 다닐 때 정말 사고 싶었던 차였는데 캐나다에 와서 소원을 풀었다. 1년밖에 안된 깨끗한 차여서 중고라도 가격이 그렇게 싸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차를 사서 유지 보수하느라 고생하느니 오래되지 않는 차가 좋을 것 같았다.


  3일간 호텔에서 지낸 후 구해놓은 아파트로 들어갔다. 7월 1일 Canada Day! 였다. 여행용 캐리어 가방들과 박스 몇 개를 들고 캐나다에서의 첫 보금자리로 들어갔다. 기본적인 가전제품(냉장고, 전기스토브, 오븐, 식기세척기)들은 구비되어 있었고, 1층에 공용 세탁실이 있었다. 이사 들어간 첫날 저녁 짐 박스를 식탁 삼아 햇반과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아무것도 없이 휑한 아파트에서 초라한 저녁식사였지만, 왠지 즐겁고 재미있었다. 입주 축하를 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멀리 불꽃축제를 하는 것이 보였다. 


아름답게 터지는 불꽃들이 마치 우리의 첫 보금자리 입주를 축하하는 것 같았다.


  아파트 입주 후 살림살이를 장만하기 위해 어학원 수업이 끝나고 매일같이 쇼핑을 하러 다녔다. 가구는 주로 IKEA에서 구입했다. 한국에도 진출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었는데 캐나다에 와서 처음 가보게 되었다. 사실 사는 곳이 대도시가 아니라서 정식 매장은 아니었고, 전시된 제품을 보고 주문을 한 후 나중에 찾으러 오는 Pick-up point 였다. 가구를 직접 받아오고 조립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텅 빈 집이 내가 만든 가구들로 하나씩 채워지는 것이 즐거웠다. 비록 침대도 없이 매트리스만 사서 자고, 테이블 하나를 식탁과 책상 겸용으로 사용하고, 소파도 없는 거실이었지만 캐나다에서의 첫 보금자리는 마음에 들었다.


  기타 여러 가지 물품들은 Canadian Tire에서 주로 구매했다. 캐나다에 와서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를 사려고 지인에게 물어보았을 때 추천받은 곳인데, 처음엔 자동차 타이어 파는 곳 아닌가? 거기에서 자전거도 파는가 보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Canadian Tire는 물론 타이어도 팔지만 한마디로 거대한 철물점이며 식료품 외에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요즘은 자주 못 가지만 한동안 Canadian Tire 매장을 구경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주말마다 갔었던 것 같다.


  식료품은 Walmart, Real Canadian Supersote와 같은 초대형 매장을 이용하기도 하고, Farmboy, Loblaws, Sobeys 같이 식료품 전문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주로 Costco에서 장을 보지만, 대량으로 구매할 필요가 없을 때는 식료품 전문점을 이용할 때도 있다.

쌀, 라면, 과자, 김치 등의 한국 식품들은 주로 중국 슈퍼마켓에 들어와 있는 제품을 사 먹었었는데, 가끔씩 토론토에 갈 일이 있을 때는 꼭 '갤러리아', 'H-Mart' 등의 한국 슈퍼마켓에 들러 한가득 장을 봐 오곤 했었다. 캐나다 가면 캐나다 식으로 먹고살아 보리라 생각했었지만 역시 입맛은 정말 바꾸기가 힘든 것 같다. 가끔 현지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것은 좋았지만, 일상적인 식사는 어쩔 수 없이 한식으로 해야 제대로 먹는 것 같았다.


  기타 잡화들을 구매할 때는 Dollarama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물건들이 시즌에 따라 적절하게 나와있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많긴 하지만 그렇게 질이 좋아야 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Dollarama에서 먼저 찾아보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렇게 가구도 사고, 생활용품들도 구비하고, 식료품도 사면서 점점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접어들었다. 혼자 어학원에 다닐 때와는 달리 가족들이 들어오다 보니 필요해진 항목들이 많아졌는데 한 가지씩 잘 해결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남은 것이 인터넷이었다. 나는 어학원에서 인터넷을 이용하고 와이프는 핸드폰으로 이용할 수 있어 당장 급하진 않아 천천히 알아보던 중에 우편으로 온 광고물을 보고 가입을 했다. 캐나다 메이저 통신사는 Bell과 Rogers가 있는데, 그중 Rogers 인터넷을 이용하기로 했다. TV와 결합된 상품이었는데 월 이용료가 $100 정도 되었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것도 할인된 가격이라서 결정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기에 따라 promotion도 많고 싸게 가입할 수 있는 방법도 많았다. 


  TV는 가입하고도 잘 이용하지도 않았다. 영화는 도서관에서 DVD를 빌려보거나 Netfix로 보면 되고, 드라마는 방송국 홈페이지의 다시 보기 기능 이용하면 되었다. 그리고 안테나를 구입하면 대표 채널 3, 4개가 나와서 뉴스 등도 볼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납부한 TV 이용료가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통신사 TV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매체가 많았다.


한국에서의 살림과 비교하면, 

더 작은 집에 최소한의 초라한 살림살이지만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설렘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간추린!

캐나다 살림살이 장만하기.


[품목별 전문점]

- 식료품: 정확히 구분하기는 애매하지만 대략 나누어 보자면

   Walmart, Real Canadian Supersote, Costco 등의 종합 초대형 매장과

   Farmboy, Loblaws, Sobeys, Logos 등의 식료품 전문 대형 매장이 있다.

   식료품만 소량으로 구매할 경우 식료품 전문 매장에서 장 보았다.

   물품 정리도 깔끔하게 되어있고 기분 좋은 분위기가 좋았다.

   토론토 지역에는 대형 한국 슈퍼마켓(갤러리아, H-Mart 등)도 있다. 


- 가구: IKEA, Structube, Leons, Brics 등

  저렴한 브랜드의 경우 본인이 가지고 가거나 직접 조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생활잡화: 거대한 철물점같이 보이면서도 식료품 외에 거의 없는 것이 없는 것 같은 매장들이 있다.

   Canadian Tire, Home depot, Lowe's 등

   집안 생활, 레저, 스포츠, 자동차, 놀이, 주방, 가전, 정원관리 등에 필요한 물품들도 거의 다 찾을 수 있고, 

   시기에 따라 할인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는 구경하는 자체로도 재미가 있었다.


- 저가 물품: Dollarama. 대부분 3~4달러 미만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을 찾을 수 있고, 시기에 따라 전시 물품들이 바뀐다.

   제품의 질이 크게 좋을 필요가 없는 물건들은 일단 Dollarama에서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다.


- 중고 물품: Kijiji. 캐나다에서는 중고 물품 구입, 판매도 인기가 많고 대부분 Kijiji 사이트를 이용한다.

  작은 집안 물품부터, 가전, 자동차, 주택임대까지 다양한 분야의 매물이 올라온다. 

  활성화가 잘 되어있어 필요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구매 후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팔기에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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