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도착 초기 2개월 혼자 살기
급하게 출국을 했어야 했고, 학생 비자도 없이 visitor 신분으로 캐나다에 입국해야 했기에 가족들은 나중에 오기로 하고 나는 2개월 정도 혼자 생활하기로 했었다. 어학원에서 홈스테이를 매칭 시켜주는 시기도 끝난 상태였고, 간섭받지 않고 생활하고 싶었기에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학교에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적당한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아파트 같은 건물이 아닌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집이었다. 미드에서나 보았었던 back yard와 큰 차고를 가진 그런 집이었다. 주인은 같이 살지 않았고 청소 겸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해놓기 위해 오후에 잠시 들르기만 했었기에 더욱 좋았다. 다른 투숙객도 한 명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치 집주인이 된 듯이 캐나다의 주택문화를 즐겼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back yard에서 일광욕도 즐기고, 저녁에는 벽난로가 있는 거실 소파에서 책을 읽었다. 언젠가는 영주권을 따고 제대로 정착해서 이런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큰 개도 한 마리 키우면서 생활하기를 꿈꾸었다.
혼자 생활하다 보니 가족들도 보고 싶고,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혼자만 시간들을 즐겨보기로 했다. 이 또한 20대의 생활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정말 알차고 보람된 시간들로 나의 하루를 채워 나가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어학원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학교 체육관에서 가서 운동을 했다. 밥을 잘 챙겨 먹기 힘든 상황이기도 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식단도 조절하며 그동안 야식과 회식으로 늘어만 가던 뱃살도 빼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고는 도서관에서 그날의 복습과 숙제를 하고 나서 해가 지기 전까지 도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짧은 여행을 즐기곤 했다. 대부분의 이동은 자전거로 하면서 돈도 아끼고 운동도 하는 효과를 얻었다. 저녁에는 가족들과 통화를 하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고, 잠들기 전까지 읽고 싶었던 책들을 영어 원서로 읽었다.
하루하루가 뿌듯하고 기분 좋은 나날들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이었다. 나만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어학원 수업 시간 외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었다. 어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면 어울려 다니며 재미있게 보내는 것 같았지만, 거기에 어울리려 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날 분더러, 대부분 같은 나라 출신들끼리 모여 자국어로 대화를 하며 놀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가능한 어학원 선생님들과 수업시간 전후로 사적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노력했다. 동년배 선생님들도 많았고, 대화의 주제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현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다 보니 생활 정보들도 많이 알려주셨고, 같이 대화를 하다 보며 저절로 캐나다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젊은 시절에 한국에서 영어회화 강사를 했던 선생님들이 한국 음식과 유명한 관광지 등의 이야기를 꺼 날 때면 너무 반갑고 신이 나서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이었지만 어학원 선생님들과 대화를 할 때는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선생님들도 열린 마음으로 친절하게 대화에 응해주셨다.
최고의 대화 상대를 가까이에 두고
굳이 다른 현지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었다.
주말에는 조금 멀리 떨어진 관광지를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가기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5월부터 찾아오는 봄을 즐기기 위한 크고 작은 축제들이 많이 열려서 멀리 가지 않아도 즐길거리가 많았다. 현지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들을 즐길 수 있는 수제 맥주 축제, 특유의 소스로 맛을 자랑하는 바비큐 축제, 형형색색의 수많은 열기구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 참신한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길거리 아트 축제, 캐나다로 이민 온 다양한 민족들이 저마다의 문화를 지키고 공유하기 위한 커뮤니티 축제 등 즐길 거리가 많아서 주말에도 돌아다니며 축제를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현지의 축제들은 관광안내센터나 호텔, 관공서 등에 비치된 안내책자에 잘 소개되어있고, 각 축제 별 웹사이트에도 잘 안내되어 있어 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정말 오랜만에 자유로운 삶을 살다 보니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무언가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진정으로 나의 하루하루의 주인이 되어 내가 나의 모든 시간을 나의 의지로 채워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문득 "그래, 내가 원래 이런 것들을 좋아했었지..., 언젠가 이런 것들을 해 보고 싶었지..." 하는 생각이 떠올라 나의 버킷 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하였다. 나의 많은 소망들을 이제 하나씩 이루어 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희망이 커져갔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무언가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리운 가족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한편으로 나는 캐나다 생활의 첫 2개월의 시간을 그렇게 즐겼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체중을 8kg 감량하였고, 지금까지 여러 번 실패했던 영어책 완독을 성공했으며, 가족들과 재회했을 때 들려줄 환영곡의 기타 연주를 연습했고, 길을 걸으며 동네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할 만큼 영어 회화의 자신감을 얻었다. 누구나 다 이룰 수 있는 별것 아닌 성과일 수 도 있지만 나에게는 캐나다로 떠나와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성취한 값진 성과였다.
간추린!
캐나다 도착 후 자리잡기
[숙소]
1. 홈스테이
- 장점: 어학원에 연계가 되어있어 쉽게 구할 수 있다.
식사가 포함되어 있어 식사 준비가 필요 없다.
원어민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언어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같은 집에 숙박하는 다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
- 단점: 비용이 비싼 경우가 많다.
홈스테이 룰을 따라야 하고, 생활에 간섭받을 수 있다.
2. 홈 쉐어링
- 장점 : 룸메이트들과 숙박비용을 나누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홈스테이 주인의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 단점 : 식사 준비,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을 해야 한다.
룸메이트들과 파티를 자주 하며 자칫 방탕한 생활에 빠질 수 있다.
룸메이트들과 여러 가지 문제(성격차이, 주거 공간, 손님 초대, 가사 및 비용 분담)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3. 단독 생활
- 장점 :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공부 등)에 전념할 수 있다.
- 단점 : 식사 준비,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을 해야 한다.
숙소 비용이 많이 든다.
집에 돌아오면 외롭고 심심하다.
[교통]
1. 도보 또는 자전거
- 도보로 통학이 가능한 거리에 숙소를 잡으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 크지 않은 도시에 거주할 경우 통학뿐 아니라 자전거로 대부분의 주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월정액 교통 패스와 비슷한 비용으로 중고 또는 저렴한 새 자전거 구입이 가능하다.
비용도 아끼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옵션이다.
2. 홈스테이 주인의 통학 지원
- 홈스테이 주인이 차로 통학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으니 홈스테이를 선택할 때 확인해 볼 수 있다.
3. 정기 교통 패스 구입
- 도시 내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 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통학 외에
시내 여행까지 즐길 수 있는 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