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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Sep 03. 2019

05. 진짜 20대가 된 것처럼

캐나다 대학원 입학을 위한 어학 과정

  대학원의 합격 통보를 받은 기쁨도 잠시였다. 영어 성적을 제출하지 않고 조건부로 합격 통보를 받은 대신 지정된 어학 과정을 수료해야 했고, 어학 과정의 개강은 체 일주일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어학 과정 수강 등록을 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작별 인사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하며 캐나다로 떠날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결국 항공권은 어학 과정 시작 며칠 후로 구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어학원 측에서도 사정을 이해해주어서, 조금 늦게 합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합격 통보를 받고 그렇게 정신없이 6일 만에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캐나다에 도착한 첫날밤, 시차 적응도 안된 상황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어학 레벨 테스트를 보러 갔다. 레벨 4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계획대로 대학원 입학 전 4개월 만에 어학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기에 정말 중요한 시험이었다. 만약 더 낮은 레벨의 성적을 받는다면 합격한 과정의 입학도 자동으로 취소가 되는 상황이었다. 잠도 못 자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나와 같이 후발대로 어학과정에 참가하게 된 다른 두 학생과 시험을 같이 보았다. 시험이 끝나고는 바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중에 각 종 어학원 입학서류 작성이 필요했는데, 나는 담당자에게 레벨 4를 받지 못하면 어학과정에 참석할 수 없다고 서류는 성적 확인 후 하고 싶다고 했다. 담당자는 일단 작성을 하고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고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성적을 확인해주겠다고 했다. 


일단 서류를 작성하고 교육을 받고 있는데 담당자가 살짝 강의실로 들어오더니 나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고 나갔다. 코스명이 "Level 4"라고 적혀있는 안내서였다. 캐나다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넘어야 할 산을 하나 넘는 순간이었다. 나는 남은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마치고, 와이프에게 학교 배경으로 찍은 셀카 사진과 "Level 4"가 적힌 안내서 사진을 보냈다. 어학 과정의 강의실은 학교 학생회관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는 학교 서점에 들러 어학과정에 필요한 책과 학교 로고가 박힌 기념품을 몇 가지 구매하고 한동안 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학교 탐방을 했다. 아직 학교에는 입학도 안 한 상태였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그 학교 학생이었다. 그렇게 캐나다에 도착한 후 첫 번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나는 바로 곯아떨어져 버렸다.


학교별로 다양한 어학과정 운영 중 (출처 : University of Toronto)


다음날 새벽 5시쯤 저절로 눈이 떠졌다. 첫 차 시간에 맞추어 나와서 학교로 향했다. 5월의 캠퍼스는 대부분의 과정이 막 종강을 한 후라 조용했다. 어학원 첫 수업을 앞두고, 그것도 며칠 늦게 합류하는 상황이라 긴장이 많이 되었다. 수업 시작 10분 전, 조심스럽게 강의실 문을 열었다. 먼저 와 있는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이미 서로 친하게 보였다. 주로 같은 나라 출신들끼리 모여 모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 출신 학생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도 많았다. 나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굳은 의지로 비어있는 맨 앞자리에 앉았고, 주위에 있는 학생들에게 간단히 인사했다. 알고 보니 내가 듣는 어학과정에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좀 아쉽기도 하고 어쩌면 더 잘 된 것 같기도 했다. 같은 반 친구들과는 서로 영어로만 소통해야 하니 영어 공부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고, 한국 학생이 있었으면 다른 학생들처럼 분명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렸을 터라 같이 부담 없이 어울리기도 어렵고, 모른 척하기도 어려운 어색한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을 터였다.


첫날 같은 반 학생들의 호구 조사를 좀 해본 결과,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로 와서 대학 입학을 위해 어학과정을 듣고 있는 친구들이었고 나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 3명이 대학원 입학을 위해 어학과정을 듣는 학생이었지만 그들도 2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년배처럼 지낼 수 있었고, 나이의 차이도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어학과정을 지내는 동안 20대 친구들과 같이 공부를 하게 되니 정말 다시 20대가 된 것 같았다. 한국 학생이 있었더라면 가끔 내가 노땅이라는 것을 종종 깨닫게 되었겠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 다행인 것 같았다.


어학과정은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 아니었다. 캐나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는지 미리 체험하고 연습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영어 교육 외에도 리포트를 쓸 때 형식과 방법, 조별 프로젝트를 할 때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방법, 교수님들과 소통하는 방법, 노트필기 및 교과 내용 요점 정리하는 방법, 캐나다 대학교의 문화와 학교생활에서 유의해야 하는 점들 등을 배울 수 있는 예비 대학 같은 과정이었다. 부족한 영어실력을 빨리 올리고 싶은 내가 기대했던 수업과는 달랐지만 유익한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였지만 쉽지는 않았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되었고 내 영어 실력이 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맨 앞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수업을 들었지만, 다른 친구들 만큼 적극적이지는 못했다. 선생님의 질문에 답도 잘하지 못하고, 궁금한 것을 당당하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캐나다와 서도 이 놈의 소심함은 어쩔 수 없었다.


어학과정이 이주일 정도 지나고 담당 선생님과의 상담 시간이 있었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캐나다 교육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업과 기타 생활에 대해서 어렵거나 고민스러운 것을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상담시간에 이런 속 내를 드러내었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유학 와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이렇게 해서 대학원 과정 입학 전에 내 영어가 충분한 수준으로 준비가 될지 모르겠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정말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그냥 용기를 주기 위한 위로로 들렸다.


English Language Proficiency 조건 충족은 자체 또는 연계된 어학과정 이수로도 가능 (출처: Western University)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고 어학 과정의 시험기간이 되었다. 과목별로 각각의 시험 또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그 시험을 통해 내 수준이 정말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하고 시험을 본 결과,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모든 과목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던 Speaking 과목도 무난히 패스를 했다. 특히나 Writing 과목에서는 우리반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한국에서부터 유학 준비를 하며 부족했던 Writing 연습을 많이 해왔던 결과인 것 같았다. 게다가 선생님은 나의 점수를 수업시간에 공개하며, 내가 작성한 글을 예문으로 공유하며 어떤 점이 좋은지 설명해주셨다.


그날 이후 반 친구들은 Writing을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물으러 오기 시작했고, 다른 과목에서 과제 수행 프로젝트 팀을 구성할 때도 나에게 먼저 자기와 같은 팀을 하자고 권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린 친구들과 같이 소통하고, 발표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묵었던 노땅의 때가 조금씩 벗겨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마음만은 진짜 20대가 된 것처럼,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에서 열정적이며 도전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간추린! 

English Language Proficiency 조건 충족


- International Student 일 경우 캐나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서는 English Language Proficiency 조건을 충족해야 입학할 수 있다. 


- 일정 수준 이상의 공식적인 영어점수(TOEFL, IELTS 등) 제출 외에도 학교에서 지정한 어학 과정 이수를 통해 English Language Proficiency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 어학 과정 이수를 통해 영어 조건을 충족할 예정일 경우, 조건부로 입학 승인을 받을 수 있고, 입학 등록 전에 어학 과정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으로 이수해야 입학이 가능하다.


- 어학 과정은 해당 대학교 부설 어학원, 연계된 college 및 사설 어학원 등에서 진행된다. 과정별로 성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단순한 영어 교육 이외에 캐나다 대학교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는 유익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어 입학 후 학교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 어학 과정의 비용은 대체로 높은 편이어서 English Language Proficiency 조건을 공식 영어점수 제출로 충족시킨다면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 입학하고자 하는 과정의 공식 영어점수가 너무 높을 경우, 해당 점수를 취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계획한 시기에 입학을 못 할 수 있으니, 적당한 시기에 어학 과정을 이수하고 입학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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