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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Sep 07. 2021

"소확행"도 좋지만 "대설행"

크고 설레는 행복을 꿈꾸어보아요

"소확행"이라는 말! 이제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말이죠.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소확행"의 깊은 뜻을 알게 된 순간, 정말이지 어떤 영적 지도자로부터 진정한 행복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파랑새"에서 틸틸과 미틸은 행복을 의미하는 파랑새를 찾아 모험을 떠나지만 결국 집에서 기르던 새가 파랑새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파랑새"의 주제도 "소확행"이라고 할 수 있겠죠. 늘 가까이 있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를 재미와 감동으로 채워주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확행"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사람이기에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이루었을 때의 행복에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죠.

"명문 대학교에,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면..."

"회사에서 특진도 하고 빨리 출세할 수 있다면..."

"나의 사업이 대박이 나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몇 년째 짝사랑하고 있는 그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면..."

"더 크고 좋은 집, 더 비싼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면..."

"언젠가 유럽 일주를 할 수 있다면..." 등등


이런 행복을 이루는 것은 어려워 보일 때가 많습니다. 세상일이 노력을 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내가 꿈꾸는 큰 행복에 대해 주위에서 찬물을 끼 얻는 경우도 있지요.

"네 실력으로 그 학교, 그 회사 들어가는 건 하늘에 별따기야"

"꿈 깨라, 사업은 아무나 하는 줄 아냐? 그러다 쪽박 찬다."

"그 사람이 너 뭘 보고 좋아하겠니? 학벌, 직업, 집안, 외모, 재력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잖아"

"유럽 일주를 하겠다고? 한가한 소리 하고 있네. 여행 갈 돈은 있냐?"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꿈꾸며 설레어하는 것이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 속담에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워 보이고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믿고 따랐다면 원대한 꿈을 이룬 사람들은 한 명도 나올 수 없었겠지요오르지 못할 것 같아서 쳐다보지도 않는 순간,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0%가 되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지속됩니다. 계속 쳐다보면서, 어떻게 하면 오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면 언젠가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그때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며 불안해합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런 걱정과 불안들이 멀쩡한 우리의 삶을 비관적으로 보이게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반대로,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미리 기대하고 설레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인색하고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건 인정하면서,
왜 미리 기대하고 설레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할까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저는 매일 크고 작은 새로운 꿈을 꾸었습니다. 꿈을 이루는 순간을 상상할 때면 정말 행복했지요. 그때는 작은 장난감만으로도 행복해하던 시절이었지만, 금방 싫증을 내면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았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소확행을 느끼기에는 미숙했던 시기였겠지요.

  

사실은 지금도 매일 반복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지쳐가는 나를 달래기 위해 소확행을 열심히 찾고 있지만, 아직 수양이 부족한 터라 머리로는 "그래 이게 바로 행복이야"라고 생각하지만, 마음까지 충족되는 느낌이 오래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어나기도 힘든 크고 설레는 일들을 상상하며 기분전환을 합니다.

헛된 꿈이라고, 쓸데없는 상상이라고 치부할 수 도 있겠지만,
저는 그것을 "대설행"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크고 설레는 행복이지요.


40대의 문턱에서 해외 유학과 이민의 꿈은 저에게 대설행이었습니다.

3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 가장이 다 때려치우고 해외유학을 간다니, 주위 사람들도 물론이고 스스로도 실현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일상에 찌들 때면 해외로 떠나 유학생활도 하고 다른 나라에 살아보는 상상을 하며 기분 전환을 했습니다.


자주 생각을 하다 보니 그 꿈은 점점 구체화되어가고, 당장 실행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론적으로는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많이 섭렵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유학원과 이민 박람회도 찾아가 보고 재미 삼아 해외 대학에도 지원해보았지만, 역시나 많이 부족한 자질과 어려운 상황을 깨닫고 좌절하였지요.


하지만 일단 첫발을 내딛고 나니 본격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더군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가고 싶은 학교와 교과과정에 대해서 더 상세하게 알아보게 되었지요. 다른 나라와 도시의 문화와 정보도 찾아보고 이민정책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런 의욕 없이 시간만 보내다 잠자리에 들곤 했었지만, 해외 유학과 이민의 대설행을 찾고부터는 퇴근 후 영어학원도 다니고 늦게 집에 돌아와서는 유학과 이민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


사실 그때까지도 정말 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많이 들었지만, 그건 이미 상관없었습니다. 실현하지도 못했지만,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곳을 바라보며 나가고 있는 그 순간 답답했던 나의 일상에 한줄기 빛과 같은 행복이 찾아왔으니까요. 그리고 그 의심으로 가득 찼던 마음속에는 희망과 자신감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대설행을 즐기며 준비하고 있었기에 유학과 이민의 기회가 왔을 때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릴 수 있었고, 걱정과 불안을 떨쳐버린 채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의 인생의 종착역은 똑같이 죽음입니다.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죽음 후에 후대에 남는 것들이 다르겠지만 본인의 기준에서는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이 이 세상을 떠나는 거죠.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닥쳤다고 생각해봅시다. 막연하지만 가슴 뛰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사람과 미리 안될 거라 생각하고 큰 꿈을 포기한 채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 중 누가 더 후회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요?

설사 끝까지 기회를 얻지 못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미리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살기보다는
희망을 가지고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더 행복한 삶 아닐까요?


"소확행"과 "대설행"이 상대적인 개념은 아닙니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비교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닙니다."소확행"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대설행"을 간과하지 않고 같이 즐길 때 우리는 인생을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크고 설레는 행복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대설행은 어느 순간 나에게 소확행으로 이름을 바꾸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지금 소확행이라고 생각되는 행복이 언제부터 나에게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이었을까요?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소확행을 생각해봅시다.

얼핏 보면 정말 작고 일상적인 행복으로 보이지만, 직장을 구해서 출퇴근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이전에는 대설행이었던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게 어떤 것이든 머릿속에 떠오른 대설행을 헛된 꿈이라 여기지 말고 마음속에 간직해보세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정진하는 순간, 대설행은 더 이상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닙니다.

그때부터는 대설행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고 확신에 찬 설렘만 남아, 그 꿈을 향한 나의 보폭은 더 커지고 자연스럽게 대설행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됩니다. 

대설행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다리며 즐길 수 있는 행복입니다.
그 행복의 주체가 외부의 환경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단, 이 대설행에는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실행과 진전"입니다.

행복의 주체가 내 안에 있기에 그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한 걸음씩 그 행복에 가까워지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대설행은 유지되고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설행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꿈 깨라고,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고 말하지만, 대설행을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면 그런 말들은 무시해도 좋습니다. 더 많이 꿈꿀 것이라고, 김칫국부터 시원하게 들이켜고 시작할 거라고 그렇게 되받아쳐버리면 됩니다.


지금 당장 크고 나를 설레게 하는 희망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그곳을 바라보고 나아가 보세요. 첫발을 떼는 순간부터 대설행이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좀 더딜지라도 조금씩 계속 나아가 보세요. 때로는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잘 되고 있는 것일까? 의심스럽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그냥 계속 진행하는 그 과정에서 이미 당신은 대설행을 즐기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대설행을 위한 작은 실천으로, 평소 가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 상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정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하는 것은 금물! 일단 여행지의 멋진 사진부터 찾아보고, 그곳을 돌아다니는 나를 상상해보세요. 여행지 정보도 찾아보고 상세 일정도 미리 짜 보세요. 실제 여행을 하는 것 못지않은 행복이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이어지던 어느 날 상상했던 여행지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소확행"도 좋지만 "대설행"도 잊지 마세요.


Photo by Count Chr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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