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에 '영업 좀 할게요'(글쓰기, 책 쓰기, 동기부여 등의 주제로 강연이나 강의 제안을 내게 해달라는 내용)라는 소제목의 글이 있는데, 도서관이나 기업체 관계자분들이 그 글을 읽은 걸까? 도서관이나 기업체에서 보낸 메일이 부쩍 쏟아지는 까닭이다. 강의나 강연 등의 제안이 대부분 7, 8월 일정인데, 9월도 받았다.
'내가 뭐라고...' '나 같은 애가 감히 더 대단한 사람들 앞에서 강의나 강연을 하다니...' 과거의 나는 다니던 직장마다 길면 2년을 버티지 못하며 그만두기를 밥먹듯이 했다. 친한 친구 J 양의 연봉이 5,000만 원을 넘을 때, 나는 월 30~40만 원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언제 잘릴지 모를 계약직 신분이었다. 몇 년 후, 직장을 잃었고 그동안 모은 돈 전부를 책 쓰기 센터에 부었다. 누구도 내 미래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나 자신조차도. 5년 전,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다고 여긴 '책 쓰는 삶'에 발을 내디딘 나는 5년이 지난 지금, 전국에 있는 여러 도서관에서 강의 제안을 받고 있다. 한 달 수입으로 따지면 회사에 다닐 때가 더 많지만(곧 추월할 것 같다), 일한 시간만 보면 지금이 5배 이상 높다. 무엇보다 삶의 만족도가 그저 그런 하루하루를 보냈던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내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즐겁고 설렌다. 이 글도 개인 온라인 수업을 마치자마자 소파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다. 2일 밤 10시 35분부터 쓰기 시작해서 현재 자정을 넘겼다. 짧은 글이지만 퇴고까지 해서 시간이 걸린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온종일 육아에, 밤 수업까지 지칠 만하다. 누가 시켜서 할 일인가 이게. 난 누가 시키면 하려던 일도 하기 싫어진다. 마치 이제 막 TV 시청을 끝내고 방에 들어가 공부 좀 하려는 딸에게 "넌 도대체 공부는 언제 할 거니? 아이고, 속 터져!"라는 엄마 말에 더 하기 싫듯이. 즉, 순전히 내가 좋아서 이러고 있다.
여하튼 최근에는 강의나 강연 등의 일정 조율이나 강의료 협의가 되지 않아 거절한 곳만 두 군데다. 심지어 한 정부 기관에서 원고 청탁을 의뢰한 적도 있다.
내게, 내게 말이다...
나를 찾는 변화가 아직은 어색하다. 늘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즐기다가 어느 날 갑자기 쫙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은 낯선 느낌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로또 1등 당첨금이 생긴 것도 아니고,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 지민 님이 자신의 SNS에 내가 쓴 책을 소개한 것도 아니지만, 하루하루 내게 닿는 작은 변화가 그저 놀랍고 감사하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