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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Jun 07. 2021

굳이 이렇게 안 좋은 말을 남겨야 했나

오랜만에 받은 혹평

굳이 이렇게 안 좋은 말을 남겨야 했나




사진 출처 : 픽사베이








튼튼이의 이 앓이가 시작되면서 새벽에 서너 번은 꼭 깬다. 칭얼거리는 소리에 나까지 깬다. 튼튼이가 다시 잠들면 나는 잠시 스마트폰을 켠다. 그러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내 책 아래에 적힌 서평을 들춘다.



아, 이런. 괜히 봤다.



혹평이다. 첫 책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또 다른 혹평. 누가 썼는지 무척이나 궁금한 나는 나름대로 쉽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K예술대학교에 진학 중인 여대생(다행히(?) 내 후배는 아니다). '예술대학교 학생니...' 서운함과 배신감이 10배로 밀려왔다.



'아니, 예술대학교 학생이라면, 적어도 당신 또한 '창작'의 수고로움을 알 텐데,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창작자에게 따스한 응원은 못해줄망정, 아니, 응원도 바라지 않아.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고생한 걸 아주 모르진 않을 텐데, 하나부터 열까지 '당신 책은 별로다'라고 열거하다니.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면 을 남기질 말지. 괜히 내 기운만 빠지게...'



그래, 혹평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뭔들 불가능하리. 하지만 나도 반론 좀 하자. 내 책에서 띄어쓰기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는데, 어딘지 좀 알려주던가. (띄어쓰기는 각 출판사에서 어느 국어사전을 참고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비판은 독자마자 취향이 다르니 패스. 내 책에 자랑이 많다고 했는데, 그건 당연하다. 책 제목을 보면 모르나?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란 말이다. 무명작가라서 궁상맞게 손가락이나 빨고 있습니다, 가 아니다. 잘나가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로 잘 지낸다는 얘기다. 그러니 저자의 서러움보다 그럼에도 일어선 이야기, 포기하지 않고 왔기에 결국은 좋은 기회를 얻게 된 이야기 등이 많으리라.











말이 나와서인데, 작년 11월에 <안녕하세요, 작가님>이라는 제목의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시작은 이렇다.




"저는 역사, 문화 관련 책을 즐겨 읽는 한 청년입니다. 최근에 제가 쓴 부족한 글을 주위의 몇몇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흥미 있게 읽으셨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나은 글을 보여드리고 싶어 평생 안 읽던 글쓰기 책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그리면서 중고 서점에서 내가 쓴 첫 책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을 구매해 읽었다며 구구절절 혹평을 남겼다. 많이 실망했단다. 창문을 통해 바깥은 보고 싶은데 그 창문에 먼지가 가득 낀 그런 느낌이란다. 진심을 다해 쓴 내 글인데, 아무런 진심을 느끼진 못했단다. 그러곤 "저의 생각일 뿐이니 노여워하지는 말아주십시오."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음, 그래서... 당신이 쓴 그 흥미로운 글은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 건가요? 왜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거죠? 혹시 당신의 블로그에 글이 있나 싶어 가 봤더니, 글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이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내게도 당신의 글을 보여줬더라면 한 수 배우지 않았겠습니까. 



예술대 K 양과 블로거 D 군! 당신들이 이 글을 본다면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게 있다. 훗날 당신들도 책을 한 권 출간하든지,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든지 하게 되면 내게 알려주소. 복수심으로 나 역시 혹평을 날리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러는 당신들은 얼마나 잘했는지 그저 보고 싶으니까.












비난이나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불평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에게 불만 관련한 글을 부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중 자기 불만을 조리 있게 설명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난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中







"혹평에 마음이 상했지만, 이 역시도 내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기분 좋은 당근도 필요하지만, 때론 이러한 채찍도 필요하지요. 호호."라는 말은 하기 싫다.



무조건적인 채찍은 기분 별로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버텨왔는지 당신이 알아? 모르잖아. 난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내 평생을 바쳤고, 노력했고, 눈물을 쏟았단 말이야. 당신의 그 서너 줄의 혹평으로 무너질 내가 아니지만, 기분은 별로였어. 그래도 좋은 건 하나 있더라. 아이유처럼 유명한 가수나 몇 백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엄청난 악플이나 혹평을 받는다는데, 나도 이제 그 바닥(?)에 들어서려는 징조인가, 싶어서.



나도 참 많이 컸다. 첫 책을 출간하고서 처음으로 받은 악플이나 혹평에 마음에 무너져 일주일 이상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이제는 나름대로 멘탈이 강해진 듯하다. 정말로 더 강해지려면 이렇게 내 감정을 글로 옮기지도 않겠지만은. ^^;;;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내 글을 좋아하고 사랑해 주는, 아직은 부족한 모습이어도 그럼에도 응원해 주는 독자님들 덕분이다. 수많은 독자님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런 의미로 어젯밤에 본 어느 분의 '내돈내산' 서평 중...









같은 책을 읽었는데 누구는 이러한 시선과 마음을 담아 서평을 남긴다. 아, 말이나 글로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는데, 정말 그렇다.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 듯해 코끝마저 찡해졌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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