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경기를 보고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그대들이여
어제 올림픽 배구 경기 다들 보셨나요? 와... 정말 할 말을 잃게 했어요. 우리 선수들 너무나 멋져요! 내가 원래 이렇게 배구 경기를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빠져서 봤네요. 아, 정말 기회가 된다면 (코로나 사라지면) 직관하고 싶어요, 진짜!
근데요, 어제저녁에 축구, 야구, 배구 경기가 있었는데 왜 지상파에서는 배구 중계를 하지 않았죠? 흠... 남편이 채널을 돌리고 돌리다 찾아낸 덕에 다행히 감격의 순간을 쌩으로! 즐길 수 있었네요.
아니 웃긴 게요. ㅋㅋㅋ 내가 배구 경기 방식을 몰라서 마지막 5세트도 25점 내기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14:15로 우리 팀이 1점을 앞섰을 때도 내 심장은 그다지 미치지 않았거든요. '모르는 게 약'이고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더니 ㅋㅋㅋ 소파 의자에 등까지 기대어서 보다가, 우리 팀이 1점을 더 따내며 16점을 채웠을 때! 해설자는 물론 화면 속 선수들의 환호와 눈물을 보고서야 현실을 파악했지요.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더니 올림픽에서 이기다니! 그것도 일본 땅에서! 와우! 우리 선수들, 장합니다! 멋져요! 예뻐요! 나보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지만,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최고예요!
라바리니 감독님은 어쩜 그리 귀엽나요. 어제 처음 감독님을 봤는데, 그 누구냐... 영화 《비긴어게인》의 남자 주인공 '마크 러팔로'가 떠올랐어요.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묘하게 닮아서인지 더욱 친근한 라바리니 감독님! 우리 팀이 이기자마자 마치 스카이콩콩을 탄 아이처럼 팔딱 뛰며 기뻐하시더라고요!
김연경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힘든 경기를 이겼다”며 “2년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중요한 순간에 일본을 상대로 승리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기에 가능했다”고 기뻐했다. 세터 염혜선은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고 범실에 무너질 뻔했지만, 선수들의 간절함과 응집력이 좋았다.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5세트 12-14에서 4연속 득점 중 3점을 책임진 박정아는 “이대로 날아가도 좋을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 도쿄 | 강산 기자
누구도 당해 낼 수 없는, 간절함
질 수도 있겠다, 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시청한 사람도 많았을 텐데, '포기'라는 글자는 우리 선수들만 내버렸네요. 아마도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간절함'만을 마음에 품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간절한 마음은 비단 운동 경기에만 있지 않죠. 나도 이 간절함을 찾고 싶은 요즘이에요. 작가로서의 간절함이 있다면 오늘 좀 피곤해도, 딱히 쓸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해도 매일 글을 쓰는 게 당연할 테죠.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이 내게 왔다는 건, 행운이에요.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목표만을 보고 나아가는 것! 그만큼 '그 일' 앞에 뵈는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 간절함의 끝은, 어쩌면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지경으로 인도되기도 하고요.
5년 전, 번듯한 직장도, 모아 놓은 돈도, 미래를 약속한 반쪽도, 어느 것 하나 없던 나. 가진 거라곤 '꿈을 향한 단 하나의 간절함'뿐이었습니다. 우리 배구 선수팀의 경기를 보며 잃을 것이 전혀 없던 현실 앞에 오직 작가에 대한 간절함만이 충만했던 그 시절을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