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나는 강남에 있는 한 중국어 교육 회사에 다녔어요. 그때 만난 동료 중 두세 명과는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지요. 또 그중 한 명인 K 양과는 좀 더 끈끈한 사이인데 그녀가요, 내가 2014년, 2015년, 2016년 짧으면 1주일, 길면 3달 정도 중국에 가 있을 때마다 하루 이틀은 늘 함께 있어줬답니다. 이게 정말 신기하고 희한한데, 내가 매년 중국에 가 있는 동안 그녀의 출장 날짜와 겹쳤다는 사실! 여하튼 꿈을 찾으려 발악하던 시절이라 몸도 마음도 힘든 나였는데, 이런 내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긍정의 말을 건네며 에너지 충전을 도와준 고마운 벗이랍니다.
어느 날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고 베트남에 간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나라라(이 친구가 베트남어를 배운 적도 없고, 우리의 대화 중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기에) 내 두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벌써 베트남 하노이에 간 지 3년이나 됐어요. 베트남어 실력은 이미 중급을 넘었고(고급일지도요) 직장까지 얻어 더욱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그녀를 볼 때마다 참 대단하고 기특해요.
베트남 하노이에 부는 이지니 책 바람
내가 책을 쓰는 저자의 길을 걷게 된 후부터 그녀는 물심양면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아요. 지난 4월에 출간된 내 5번째 종이책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역시나 그냥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그녀 생일이라서 축하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더니 위(톡 화면 캡처)와 같은 답변이 왔어요.
한국에 살면서도 자신이 사는 도서관에 내 책을 신청해 주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베트남에 살면서 한인 도서관에 도서 신청까지 해주는 아주아주 고마운 벗이죠. 아, 정말 이런 친구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감동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어요.
한 달 반 후, 그녀가 신청한 내 책이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인 도서관에 도착했나 봐요. 그런데 그녀가 말하길, 갈 때마다 대출 중이라 빌릴 수가 없대요. 이런... 기쁘고도 감사하고도 놀라웠어요! 해외에 거주한다면 더욱 내 책을 알 리 없다고 여겼는데, 많은 분이 찾고 계시다니...
다른 나라 언어로 내 책이 출간된다면
말이 나온 김에요. 작가 이지니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여러 개가 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해외 판권 계약이 성사돼서, 다른 나라 언어로 내 책이 출간되는 거예요! 베트남어가 되든, 중국어가 되든, 일본어가 되든, 태국어가 되든, 영어가 되든 그 어느 나라 언어가 되든 말이에요.
내 2번째 종이책인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가 실은 국내에 있는 한 에이전시에서 대만에 있는 출판사에 책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어요. 해외 출판을 위해 이 책을 검토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요청한 자료도 보냈고요. 아쉽게 계약까지 연결되진 못했지만요. 비록 아직까지 현실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적힌 내 책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선한 기운을 얻었다고, 책에 적힌 내용 중 하나라도 실행하겠다고,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하는 많은 한국 독자님을 넘어 외국 독자님들께도 좋은 기운을 드리고 싶네요.
베트남 하노이에 살고 있는 K 양 덕분에 잠시 덮어둔 꿈을 다시 열게 돼서 이 아침 기분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