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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Jun 25. 2021

산부인과 원장님이 무명작가에게 건넨 찐~한 응원

이지니 작가님!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어요!

산부인과 원장님이 무명작가에게 건넨 찐~한 응원












최 원장님, 뵙고 싶어요!





작년 4월, 임신 테스트기로 두 줄을 확인한 후 튼튼이가 태어난 12월 15일까지 나는 송도에 있는 '허브여성의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로 방송을 타신 이후 더욱 유명해지신 최원의 원장님께 말이죠. (개그우먼 정경미 님도 최 원장님께 진료를 받고 귀여운 둘째를 출산했죠!)













진료를 받을 때마다 "요즘 몸은 어때요?", "아가가 엄마 배 속에서 잘 놀고 있네요.", "이제 출산이 임박하니 걷기 운동 많이 하셔야 해요." 어쩌면 산부인과 의사로서 임산부에게 해야 할 당연한 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알잖아요. 툭 던지는 뻔한 말인지, 마음까지 담긴 말인지.



'의사'라고 하면 무뚝뚝한, 거만한, 차가운 말투 등이 먼저 떠오르는 분이 많을 거예요. 나도 그랬거든요. (이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친절한 분도 계시지만요) 최 원장님은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무참히, 보란 듯이 깨셨습니다. 임신 중 혹은 출산 이후에 궁금해할 사항을 묻기도 전에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유산을 한 적이 있는데다가 노산인지라 진료부터 출산까지 더욱 신경 써주신 원장님께 작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쓴 책을 선물로 드리기로! 흐흐.



지난 4월 중순, 다섯 번째 종이책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를 출간하면서 원장님을 찾아뵙기로 합니다. 날은 아직 멀었지만 내 책장에 꽂힌 네 번째 책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도 일찌감치 집어 들었어요. 두 권에 사인을 하고 두 달을 기다렸지요. 드디어 대망의 날! 6월 24일인 어제 여성의원을 방문했습니다. 물론 책 때문만은 아니고 다른 진료를 받으러 가는 김에 겸사겸사요.














작가님,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어요!






"원장님,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 튼튼이 엄마예요!"



"안녕하세요!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 (함께 진료실에 들어간 남편과 튼튼이를 번갈아 보시며) 어머나! 아빠를 정말 많이 닮았네요? (튼튼이에게 눈인사를 하시며) 아기 이름이 뭐예요?"



"이채니예요. 아, 오늘 원장님을 찾아온 이유가... 실은 제가 5년 차 무명작가예요. (가져간 내 책 두 권을 건네 드리며) 지난 4월에 신간이 나왔는데요.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요. 헤헤."



(가뜩이나 크신 눈이 더욱 커지며) "어머! 작가님이셨어요?"



"제가 작년에 진료 받을 때, 개그우먼 정경미 님과 인연이 있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네, 기억해요! 그때 나중에 말씀해 주신다고 하셔서 궁금했어요."



"실은 (머리를 긁적이며)... 제가 쓴 세 번째 책의 추천사를 세 분이 써 주셨는데, 그중 정경미 님도 남기셨거든요. 저와 친분이 있는 건 아니고요."



(좀 전의 놀람보다 3배 더 큰) "어머나... (팔을 들어 올리시며) 나 지금 소름이 돋은 거 봐요... 그랬구나!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하시며) 작가님, 진심으로 잘 되시길 바라요.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어요!"



(원장님이 건넨 손을 내 두 손으로 감싸며) "우와... 진심  어린 응원에 너무나 감사드려요. 원장님도 꼭 성고.... 아, 이미 성공하셨지, 참..."
















이제는 내 본캐를 알리렵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놀라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원장님의 진심 어린 반응에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 찾아가길 참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감사했어요. 나의 본캐(본래의 캐릭터 : 작가)를 드러내는 건 여전히 쑥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쓴 글을 선물하고 싶어요. 최 원장님뿐만 아니라, 동네 카페 사장님, 정기적으로 찾는 치과 원장님 및 실장님, 3달에 한 번씩 집으로 찾아오시는 정수기 매니저님, 이웃집 아주머니의 자녀 등 어쩌면 잠시 스칠 인연일지라도 말이죠. 내가 글을 기막히게 잘 써서가 아닙니다.





'더 나은 글, 읽는 이에게 선한 기운을 드리려

나 그래도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싶어요, 이제는요. '나중에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서 유명해지면, 그때는 누구를 만나든 내 본캐를 알릴래.'라는 생각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내 안에 가득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통장에 찍힌 인세에 기쁨의 춤을 출 일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내 글이 좋고, 정확히 셈할 수는 없지만 내 책이 많은 분께 동기 부여가 되고 있으니 그걸로 족합니다. 무엇보다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지금이, 도서관 주최든 개인 수업이든 관심사가 동일한 분들을 만나 삶을 나누는 요즘이 더없이 행복합니다.






그런 의미로, 최 원장님! 세상의 시선인 '성공'을 하지 못해도 저는 괜찮습니다. 제 시선으로는 이미 성공 아니, 기적의 하루하루를 걷고 있으니까요. 어제 건네신 따스한 응원, 절대로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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