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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Aug 11. 2021

베스트셀러의 비밀 중 하나를 알아버렸다.

"작가님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드릴게요!"

베스트셀러의 비밀 중 하나를 알아버렸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무명이지만 5년 차 작가가 되니 내게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쌓이네요. 작년부터 글쓰기 및 책 쓰기 강의할 때 내 책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에 차마 싣지 못한 이야기를 수강생분들께 전하는데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에피소드 주인공인 나는, 당시에 황당하고, 억울해서 잠도 못 잤지만요, 내 경험이 누군가는 꼭 들어야 할 조언일 수 있으니 감사하려고요. (나를 관통하는 모든 일은, 결국 내게 유익이 될지니...)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서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공유할게요. 작가를 꿈꾸거나 원고 투고를 앞두거나 출간 계약을 앞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줄게요





2016년 가을, 생애 처음으로 A4 용지 100장이 넘는 글을 썼고, 그 글을 약 100군데의 출판사에 투고했어요. 투고할 때의 심정은 단 하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군데만 연락이 오면 돼! 투고한 99곳에서 거절당해도, 책은 단 한 곳에서만 출간할 수 있으니까!' 그러곤 일주일이 지났을 때! A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휴대폰을 타고 흐르는 상냥한 목소리가 당장이라도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을 정도로 내게 신뢰를 줬습니다.


"작가님이 보낸 원고를 잘 읽었습니다. 내용이 정말 좋아요. 이런 스타일의 글쓰기 책은 본 적이 없어요."


내 마음은 이미 1만 부를 찍어낸 작가처럼 행복했어요. 처음으로 출판사 관계자에게 내 글을 평가받은 셈이니까요. 휴대폰 속 상냥한 님은 한술 더 뜨며 "작가님의 책을 무조건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말하지 뭐예요! '나대지 마, 심장아!'를 외치고 싶은 순간이었어요.


내 책을 무조건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준대요.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best seller'라는 빨간색 불빛 아래에 15권의 책이 1위부터 순서대로 꼿꼿이 서 있잖아요. 그 자리에 앉혀주겠대요. 솔깃했어요. 설마, 나만 그래요? 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꿈이잖아요. 말만 들어도 이미 현실이 된 듯해 "우와! 감사합니다!"수십 번 외쳤어요. 통화 중이라 내 모습이 상대에게 안 보이는데도 연신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말한 나였어요. 그런데 뭐라는 줄 알아요?


"대신 책이 나오면 작가님 지인분들이 300부, 작가님이 400~500부를 사고, 2차로 지인분들이 500부, 작가님이 200~300부를 보장해 주셔야 합니다."


헐.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상냥하면 '사기꾼'인지를 의심하라더니. 5년이 지나 생각해도 황당해요.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 내게 수백 명의 지인도 없거니와 어느 지인이 한 번에 많은 책을 사겠어요. 한 권 사주면 감사하지. 결국엔 사재기로 베스트셀러에 올리겠다는 소리잖아요. 그런 식이라면 누군 못하나요. 아무리 내가 꿈에 눈이 멀어 책 쓰기 7주 과정에 수백만 원을 투자한 이력이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요. 대출은 더 이상 받을 수도 없었거니와 그렇게 해서 베스트셀러에 오른다고 해도 내 기분이 과연 좋을까요?


거절했습니다.


만약 '오케이'를 선언했다면, 내가 산 약 1천5백 권의 책을 볼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거예요. 그리고 슬퍼했겠죠. 수많은 독자가 아니라 나 혼자서 사들인 책이니까요.





이 사건(?) 이후로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 중 몇몇 권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설마, 이 책도...?'


그나저나 요즘에도 이런 출판사가 존재하는지 궁금하네요. 이 이야기는 5년 전이라서요. 내게 아무리 충분한 돈이 있다고 해도, 없어도 그만인 돈이라고 해도 '사재기'는 '사절'합니다. 앞으로도 쭈욱~




사재기 말고 당당히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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