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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Dec 05. 2022

편지 한 통으로 SBS 방송작가가 되다

편지 한 통으로 SBS 방송작가가 되다 ; 학연, 지연, 혈연을 이기는 간절한 글의 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지만, 생각보다 쉽게 사람 속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진심이 담긴 글을 쓸 때예요. 간절히 원하는 일, 가고자 하는 길, 상대방의 마음에 닿길 바라는 글을 쓸 때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진심을 담아 글을 쓰게 되니까요.




대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늘 꿈꾸던 방송작가를 현실로 이루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는 즉시 방송 아카데미에 등록했고 열심히 수업에 임했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눈에서 불이 날 만큼 뜨거웠어요. “이제 곧 수업도 끝나는데 취직 안 되면 어떡하지?”, “아, 다들 잘해서 걱정된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수업이 끝나갈수록 뜨거웠던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여기저기서 한탄이 흘러나왔습니다. 방송국 안에서 일하게 될 거라는 확신을 갖던 나를 제외하고 말이죠. 당시 대학교 선배들 대부분은 라디오나 TV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동기는 선배들이 끌어주는 소위 학연 (學緣)·지연(地緣)의 힘으로 꿈을 이뤘어요. 하지만 학과·동아리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나는 구원의 손길을 받지 못했습니다. 편하게 꿈을 이루는 몇몇 동기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인맥의 힘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어요.




그날 밤, 오락 프로그램 작가로 유명한 K 작가님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이야기, 방송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일을 통해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방송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말 등을 이메일에 빼곡히 적었죠. 너무나 간절했기에 단숨에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메일을 보낸 3일 후, 기적처럼 답장이 왔어요. 현재 준비 중인 SBS 프로그램이 있으니 같이 해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믿음 하나로 보낸 이메일이지만 현실이 되니 꿈만 같았습니다. 긍정의 생각과 행동은 긍정의 결과를 낳는다는 법칙이 또 한 번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어요. 진실한 마음만 있으면 학연(學緣)·지연(地緣)·혈연 (血緣)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은 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걱정인가요? 무언가에 간절하면 당신의 필력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간절함에서 묻어 나온 글을 쓸 때가 최고의 타이밍이에요. 꿈도 사람과 같아서 덜 급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뜸을 들입니다. ‘아직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얘는 급할 게 없겠구나.’라고 판단해 버려요. 반대로 무조건 찾아야만 하는 사람, 그래서 끊임없이 구하고 바라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원하는 모든 길에는 방법이 있어요. 안 되는 법을 미리 염려하지 말고,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실행해 봐요. 우물쭈물 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세월을 아껴야 합니다.







진심을 담아 글을 쓰는 경우는 나만 보는 메모장 안에서도 발휘됩니다. 아래는 2014년 여름, 내 휴대폰 메모장 앱에 적은 글이에요.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는 반드시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일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믿는다. 무슨 일이든 내게 기회가 온다면 모른 척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 일이 내 삶의 단 한 점으로 남을지라도 꼭 통과할 것이다. 세상에 우연히 벌어지는 일은 없다. 점과 점이 만나 선을 이루고 선과 선이 만나 하나의 결정체를 만들어 내듯이 내게 온 모든 일은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기억하자. 혹여나 실패로 끝날지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뿌려 놓은 수많은 실수가 있어야 비로소 열매가 맺어질 테니까.




몇 줄 안 되지만 내 꿈을 찾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적은 기억이 납니다. ‘적는다고 눈앞의 문제가 해결되겠어?’라는 부정의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관한 내용을 적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내 손으로 적은 내용은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그러고 보니 글을 쓸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절박해요. 당시 나는 ‘진짜 내 길’을 찾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습니다. 매달 정직하게 들어오는 통장의 급여도 무가 잘리듯 끊어졌죠. 안정된 직장에서 오래도록 일을 하느냐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느냐 사이에서 많은 시간을 고민했지만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으로 후자를 택했습니다. 약 2년 정도는 커피 한 잔 마실 여윳돈이 없을 만큼 힘들었지만, 지금껏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열심히 살아온 내가 기특하네요. => 꿈을 위해 무조건 직장을 그만두는 건 반대합니다. 저는 그랬지만, 무조건 그만두는 게 정답은 아니에요. 아시죠? ^^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고 싶은가요? 그럼 왜 그 글을 쓰려는지 생각해 보세요. 글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만 봐도 글을 읽는 이(독자)는 이 글이 ‘진심’인지 그러한 ‘척’하는지를 구별해 낼 수 있을 거예요. 글을 쓰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 글에는 ‘진심’이 묻어날 수밖에 없죠. 글에 진심이 담기는 순간, 생각하지도 않은 일 혹은 기회가 당신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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