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힘 있는 메시지를 담아라

이지니 자기계발서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

by 이지니

짧고 힘 있는 메시지를 담아라

당신은 짧은 글 한 줄에 좌절의 순간을 이겨냈거나, 감동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나? 나는 대학교 수능 시험을 치르던 날, 처음으로 짧은 메시지의 힘을 느꼈다.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건강한 우리 막내딸이 더 좋아!’

그날은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요즘은 덜하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수능 한파’라는 이름이 불릴 정도로 매년 시험 때만 되면 바람이 살을 뚫는 것처럼 지독하게 추웠다. 엄마는 평소처럼 도시락을 손에 쥐어주시며 별말씀 없으셨고, 나는 해당 학교로 갔다. 1교시 언어 영역, 2교시 수리 영역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됐다. 엄마가 새벽부터 준비해 주신 도시락을 여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눈앞에는 작은 메모지가 담겨 있었고 단 한 줄의 글귀가 담겨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또렷한 기억으로 남을 만큼 내 마음을 울렸던 엄마의 쪽지다.

대체로 편지의 길이가 길수록 더 깊은 감동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위 사연처럼 단 한 줄에도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짧은 글에서 나오는 힘은 대체 무엇일까?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은 “글을 쓸 때는 더 넣을 것이 없나를 고민하기보다는 더 뺄 것이 없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때로는 엄마가 내게 준 한 줄의 메시지처럼 구구절절한 내용보다 강한 임팩트가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광고 카피의 세계는 한 줄의 힘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중국어 교육 회사 마케팅 팀에서 일한 적이 있다. 내가 한 일은 기사 작성, 중국어 콘텐츠 제작, SNS 관리, 광고 카피 제작 등이었다. 특히 온라인 홈페이지나 지면 광고에 들어갈 문구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고 또 짜내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미 만들어진 교육 상품을 어떻게 하면 한두 줄의 문구로 학습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또 했다. 온갖 책과 신문, 잡지, 영화, 심지어 내 귀에 들리는 모든 이야기에 집중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찰나의 순간에 오는 경우가 많아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하루는 머리를 감다가 생각하지도 않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샴푸도 덜 된 상태에서 방으로 가 휴대폰 메모장에 적기도 했고, 잠을 청하려 누웠다가 떠오른 문구에 불을 켠 적도 수차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생각이 났을 때 바로 적지 않으면 영원히 내 기억에서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 광고 카피처럼 목적을 위한 메시지와는 달리 자신의 삶에서 저절로 나오는 주옥같은 말이 있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명언’이 그것이다. 단 한 줄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만큼 명언의 힘은 대단하다. 아마도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전해져 오는 지혜의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5년 12월, 내 이름으로 낸 첫 번째 저서 《간체자랑 번체자랑 중국어 명언집》안에는 인생, 성공, 인내, 시간, 기쁨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가 있다. 각 주제와 연관된 중국어 명언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소개한 책이다. 50개의 명언을 번역해서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까지 정해진 기간 안에 해야 했기에 며칠 동안 하루 15시간 이상을 작업했다. 목과 허리가 아파올 때면 ‘오늘은 좀 쉬었다가 내일 다시 할까?’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그때마다 ‘단 1분도 천금과 같이 귀하다’라는 명언이 내 눈앞에 떡 하니 서 있었다. 50개의 명언 덕분에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힘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짧은 글의 힘은 이처럼 대단하다.


주옥같은 말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았다. 현재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을 지나온 것이다. 더불어 스스로에 대한 의지도 보통을 넘어선다. 한 예로 피겨여왕 김연아는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부당한 점수 때문에 흔들려서 스케이팅을 망쳤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 지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나에게 닥친 시련을 내가 극복하지 못했다면, 결국 내가 패하기를 바라는 어떤 힘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김연아 역시 스스로와의 지독한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에 ‘피겨여왕’이라는 수식어는 앞으로도 영원하지 않을까 싶다. 명언을 만든 사람이 정작 자기 삶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그 말은 명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찢어지게 힘든 가난, 도망치고 싶은 상황이나 시련을 극복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그들이 던진 말이기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말이 될 수 있었다. 나 역시 목표를 향해 가다가 포기하고 싶고,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면 일부러라도 좋은 명언이나 글귀를 찾아본다. 힘들다고 주저앉는다면 금쪽같은 시간을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야 한다.




방송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대학교를 졸업 후 이제 막 사회에 나온 나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환상도 잠시, TV에서만 보던 즐겁고 유쾌한 상황은 온데간데없고 삭막한 분위기만 맴도는 사무실이 무서웠다. 무슨 일이든 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기는커녕 도망가고 싶었다.


어느 날, 담당 PD가 엄청나게 화가 난 목소리로 복도에서 마주친 내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 일을 망치는 거야! 다음부터 똑바로 안 하기만 해 봐. 그때는 정말 가만히 안 있어!” 정신이 혼미했다. 알고 보니 녹화가 들어가기 전에 수정된 대본을 넘겼어야 했는데 아직 여유가 있는 줄 알고 처리하지 못한 채로 진행된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방송국 직원과 연예인들이 다니는 복도에서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할 필요는 없잖아…’, ‘역시 방송국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무서운 곳이었어…’라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휴지로 입을 막은 채 엉엉 울었다.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실수한 나 자신이 미웠고, 한 번은 봐줄 수 있을 법한 일에 크게 화를 낸 담당 PD가 야속했다. 그렇게 10분을 울었나 보다. 정신없이 울고 난 후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눈앞에 한 글귀가 눈에 띄었다.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는 사람은 한 번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정말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실컷 욕을 먹고 나서 본 저 글귀가 나를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 말로만 꿈을 꾸는 사람보다 실수는 했지만 도전을 한 내가 낫지 않은가. 실수했다고 스스로를 탓하면 이대로 주저앉게 될 것이다.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나는 다시 일어나 말끔히 세수를 하고 PD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한 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우리가 쓰는 글도 이와 같다. 때로는 서론, 본론, 결론의 나열이 아닌, 한두 줄의 짧은 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짧은 글쓰기를 하면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되고, 생각 주머니도 한 뼘 커지게 된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전해주기도 한다. 군더더기기 가득한 글이 아닌 한 줄의 강력한 메시지를 쓰자. 당신이 쓴 글로 어쩌면 닫혀 있던 상대방의 마음이 눈 녹듯이 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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