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하듯 써 내려가라

이지니 자기계발서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

by 이지니

메모하듯 써 내려가라


앞에서 언급했지만 나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았다.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일을 한다면 역시나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시작을 했다. 그것이 바로 ‘메모’였다. 글과 연관이 된 것이라면 적어도 1년은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이제 나에게 있어 ‘메모’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내 생각과 느낌을 정리할 수 있어 편하다. 특히 여행을 좋아해서 가는 곳이 어디든 늘 메모를 했다. 일정이 아무리 빡빡해도, 그 자리에서 바로 메모를 하기 힘든 상황이어도 되도록 한두 줄이라도 간략하게 적는 편이다. 그래야 글 안에 현장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봄, 내 생애 처음으로 미국 뉴욕 여행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내 상황은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꿈’ 하나만 보고 나아온 지 1년 반이 지나고 있을 때라 몸과 마음이 지칠 때로 지쳐있었다. 내 비전을 위해 도전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앞이 보이지 않으니 끝이 없는 터널 안에 갇힌 것처럼 막막했다. 평소에 긍정적인 생각을 달고 사는 나였지만 눈앞에 있는 시련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았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장애물이 많을 텐데 정신을 강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와의 굳은 다짐이 필요했다. 가끔 힘든 상황 앞에 놓였을 때 여행으로 힐링을 했던 터라 당시에도 간절했다. 하지만 돈은 바닥이 난 상태였으니 ‘그림의 떡’ 일뿐이었다.


그러던 며칠 후, 문뜩 2014년에 D항공사에서 무료로 받은 티켓이 생각났고, 그 티켓으로 뉴욕 행을 예약할 수 있었다. 3주 동안 뉴욕 외에도 경유지인 시애틀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캐나다 토론토를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여행의 막바지에 닿았을 무렵,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히는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에 갔다. 시원한 봄바람과 선명한 구름이 나를 반겨주었다. 머리가 헝클어져도, 찬바람이 옷깃 속으로 들어와도 마냥 행복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다리 위에서 휴대폰 메모장을 열고 느끼는 그대로를 적기 시작했다. 다음은 당시 내가 메모장에 적은 글이다.



<제목: 그럼에도 감사합니다>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리는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 위에 서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꼭 한번 와 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꿈이 현실이 되다니!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좇은 지도 1년 반이 넘었다. 감사하게도 전에 다니던 대표님과 부장님의 배려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제 구조조정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배려해 주신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인사를 한 뒤 전화를 끊었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하고 있던 번역 일이 자리가 잡히지 않아 몇 년 동안은 다른 수입이 필요했기에 갑자기 돈이 끊어진 상황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전 같았으면 충격에 휩싸여 하루 종일 울며 속상해했을 텐데, 기분이 평안했다. 오히려 지금 알게 된 것에 감사했다. 만약 한국에 있는 내 방에서 통보를 받았다면 현실 체감(體感)을 더 받아 훨씬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진짜 나의 길을 가게 되겠구나! 오늘 이 다리에 올라와보니 눈앞에 보이는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처한 상황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절망의 늪으로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제 제대로 통보를 받았으니 이 다리에 서 있는 지금부터 나는 다시 태어난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기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반드시 내가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며 나의 소명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나는 두렵지 않다. 무엇이든 해 낸다!>



생각을 너무 깊게 하면 글은 오히려 써지지 않는다. 내가 느낀 그대로를 메모하듯이 적는 게 답이다. 논문이나 보고서 작성이 아닌 이상 편안하게 쓰자.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쓴 글은 누가 읽어도 동일한 마음을 느끼게 되어 있다. 지금도 가끔 그날에 쓴 메모를 읽는다. 읽을 때마다 마치 ‘브루클린 브리지’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다리 위에서 본 구름, 들이마신 공기, 몸으로 맞은 시원한 바람이 함께 느껴진다. 단순하게 ‘메모’를 한 것뿐인데, 그날의 다짐은 지금도 나를 일으켜 세운다.




메모를 하면서 자연스레 글과 친해졌다. 글과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 하길 바랐다. 그중 하나가 ‘작사’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햇살 좋은 봄날에 혼자 버스를 탄다. 목적지도 없이 가장 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맨 뒷좌석에 앉는다. 창문을 열고 자연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는다. 혼자만의 사색을 하는 이때야말로 천국이다. 사색을 한 뒤, 생각나는 노랫말을 메모장에 담는다. 이런 식으로 적은 가사가 50곡이 넘는다. 이별의 아픔이나 행복한 순간, 잊을 수 없는 일을 떠올리며 메모하듯 적은 것이다. 형식 따위는 잊은 채 적다 보니 제대로 작사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2015년 여름, 반년 동안 작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어느 날, 담당 작사가 선생님이 과제로 제출한 내 노랫말을 보고 “가사가 굉장히 좋네요. 이건 내가 쓰고 싶을 정도인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과제를 할 때에도 책상에 앉아서 한 적은 거의 없다. 이미 메모하던 습관에 익숙해져 어디에 있든 편하게 적으려 했고, 깊이 생각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적으려 했다.


내가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던 이유도 메모하듯 썼기 때문이다. 메모장이든, 블로그든, SNS든 하나하나 볼 때는 별것 아니지만 모아놓으니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콘텐츠가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은 메모장에 메모를 하고 나서 관련된 사진을 추가하는 것이다. 나중에 볼 때 당시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자, 휴대폰을 열고 메모장을 십분 활용해 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메모하듯 써 내려가야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을 적을지 고민하다가 포기하지 말기를. 지구력이 한없이 약한 나도 해낸 일이니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당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무엇, 여행지에서의 느낌, 오늘 본 영화를 보고 떠오른 아이디어나 생각, 친구와 전화 통화로 이야기한 내용, 간절히 바라는 소망, 사색하며 느끼는 것들, 떠오르는 옛 추억, 재미있게 읽은 책, 버킷리스트, 오늘 하루 동안 해야 할 일 등을 적어보자. 중요한 건 실천이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으니 욕심은 버리자.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생각일랑 접고,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써 보자. 하루에 한 번씩 무언가를 기록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적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용하게 활용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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