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하지 않았다.
80세가 넘은 미야자키 하야오란 거장이
CG를 쓰지 않고 7년 동안 고집스럽게 그려낸
제목부터 거창한 어른의 가르침으로 꽉 차있을 것 같은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봤다.
예상대로
장면은 익숙했고 서사는 지루했다.
하지만,
그 늙은 감독이 소년 마히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너답게 살아라
전시에 태어나 화재로 어머니를 잃고
시골로 내려가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11살 마히토는
전학 첫날,
토박이들과 대판 싸우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돌멩이를 집어 스스로 머리에 상처를 낸다.
이를 계기로 결석을 하고
신비로운 탑에 들어가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현실과 허상,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이 뒤섞인 이상한 그곳에서
위태롭게 시간의 돌을 쌓고 있는 증조할아버지를 만난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그 돌들은 곧 무너져 버린다.
이 장면에서 나는
신비로운 탑 입구에 쓰여 있던 문구를 기억해 냈다.
"나를 배우면 죽는다"
먼저 산 이들의 어리석음을 쫓지 말라는 건지
오래 살아봐야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이치란건지
잘 모르겠지만...
남들이 쫓는 형태의 삶이 아닌
자신의 꿈을 따라서 살아 보라는
하야오 자신의 어릴 적 기억과 노년의 후회가 분명했다.
몸에 난 상처와 달리
마음에 난 상처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끔씩 우리에게 후회란 기억으로
생생히 드러난다.
그 상처들을 통해
물어 온다.
넌, 어떻게 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