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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r 17. 2024

Past lives

첫사랑의 장례식

남자의 가슴 한 구석엔

첫사랑이란 망령이 숨어 산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 만났던 인연일수

손 한번 못 잡고 헤어진 사랑일수록

오래오래 살아남아


비 오는 어느 날

술 취한 어느 밤

불쑥 나타나 사내 가슴을 후벼 판다.




해성(유태오)도 그랬다.


왜 갑자기

초등학교 때 이민 간 나영(그레타 리)이가

이십 대 대낮에 군대 행군하다 생각이 나는지.


 우연히

인터넷으로 서로의 소식을 알

차를 극복해 가며 국제적  타기 했는지.


그리고 왜 굳이

세월이 흘러 결혼한 그녀를 보러

남편과 잘 살고 있는 뉴욕에까지 날아간 건.


전생의 인연이라는 말 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 <Past lives>의 스트 컷은

두 사람의 재회 장면이다.


특별한 대사나

특별한 음악이 없었지만


이십여 년 전 헤어진 순간부터 간직해 온

전생의 인연이 현생으로 환생해

바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 복잡한 감정들을 담고 있는

서로의 눈빛 연기가

오롯이 그 모든 걸 담담하게 전해 준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의 아사코처럼


첫사랑은

전생에만 남아야지

현생에서 만나게 되면 그 애틋함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 인연이 현실을 너무 힘들게 한다면

한 번쯤 환생시켜 제대로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 소년미를 닮은

해성(유태오)에게 한마디 해주련다.


사랑은 변한다.
하지만 첫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바로
그 시절 너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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