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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16. 2021

추억 속의 그녀, 장만옥

<첨밀밀>과 <화양연화>

중학교 때 영화잡지 <스크린>이 나온 후

내 평생 취미가 정해졌다.


남들에겐 힘든 시기였을 재수 시절이

내겐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학원 수업이 끝나면

전철을 타고 아무 역에서나 내려

낯선 서울 구석구석을 걷다가 발견한 동네 극장에서

동시 상영으로 보던 그 추억의 영화들 때문이었으리라.




평생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를 봐 왔지만

이십 대 청춘에는 역시 홍콩영화다.


주윤발의 <영웅본색>이나 왕조현의 <천녀유혼>

모두 잊을 수 없으나

내 원픽은 역시 장만옥이다.

그리고 그녀가 나온 영화 2편이 최고다.




<첨밀밀> : 맥도널드 또순이 '이요'역


돈을 벌기 위해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와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사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


선한 인상의 여명('소군'역)과 사랑에 빠졌다 헤어지지만

세월이 흐른 뒤 뉴욕의 한 가게 앞에서

운명처럼 재회한다.


등려군의 노래가 꿀처럼 달콤하게 흐르는 영화.




<화양연화> : 너무나 고혹적인 '첸 부인'역


홍콩의 한 아파트로 같은 날 이사 온 두 중년 남녀가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외도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외로움으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깊고 멋진 눈빛의 양조위('차우'역)에게 마음을 뺏기지만

끝내 마음을 추스르고

각자의 '가장 아름답던 시절'로 남기로 한다.


냇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아마도란 뜻)'가

더욱 안타깝게 들리는 영화.




장만옥이란 여배우는

내게 몇 가지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치파오라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옷.

동서(東西)와 신구(新舊)가 공존하는 홍콩의 매력.  


그리고

아무리 힘들었어도

아무리 괴로웠어도


청춘의 추억은 언제나

그녀처럼

홍콩영화처럼

꿀과 꽃으로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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