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꽃은 제때가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잠자는 사자를 깨우지 마라
세계가 흔들릴 것이다.
2세기 전 나폴레옹이 중국을 경계했다는 이 말로
영화 <Crazy Rich Asians>는 시작한다.
첫 장면부터 한 중국인 가족이
자신들을 무시한 영국의 고급 호텔을 바로 사 버리는
플렉스를 제대로 보여준다.
많은 서양인들에게 오랫동안
'가난한 하층민'으로 묘사되던 영화 속 동양인들이
미국 명문대를 나온 젊은 경제학 교수나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 상속자로 등장하여
엄청난 슈퍼 리치의 사회와 문화를 즐겁게 엿보게 한다.
뉴요커 레이첼이 싱가포르에 와서
재벌남 닉의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간 날이 마침
일 년에 한 번, 달이 뜨면 핀다는 신비로운 꽃
월하미인(月下美人)의 개화 파티가 열리는 밤이었다.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고고한 귀티가 흐르는 하얀색 선인장을 보고 있자니
문득 드는 생각이
모든 꽃은 제때가 있구나.
사람도 마찬가지로
다 저마다 꽃 피우는 시기가 있는 건 아닐까...
인생이 잘 안 풀리다고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부모님이 '나'라는 씨를 뿌리고,
물 주고, 틈틈이 잡초까지 뽑아 주셨는데
평생 꽃 한번 못 피우면 어쩌지...
걱정하는 청춘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네 꽃이 피어날
계절이 아직 안 왔을 뿐이다
너무나 럭셔리한 결혼식 장면에서
익숙한 올드 팝송이 나온다.
Wise men say
(현인들이 말하길)
Only fools rush in
(어리석은 자들만 서두른다지)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하지만 난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운명 같은 사랑처럼
인생의 성공에도 다 제때가 있다.
요즘 열심히 재테크 공부 중인 아내가
옆에서 투덜거린다.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티끌 모아 봐야 티끌이야
언제 우린 부자가 되지?
조금만 기다려
내가 브런치 작가로 대박 나는 날
제대로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이 돼보자고!
그땐 나도 호텔에 가서 한마디 해보련다.
얼마면 되니,
얼마면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