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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

스테이 경험하기 2

by 본드형

숙소에 짐을 풀고

해미읍성에 있는 맛집 <영성각>에 가서

아내는 짜장, 나는 짬뽕으로 급하게 은 점심을 했다.


그냥 들어가면 어떡해


돌아와 바로 쉬려는

세모눈을 뜬 아내가 매섭게 째려본다.


맞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위에 몹쓸 짓이라

그녀는 나를 반려견처럼 산책시키려 노력 중이다.




황락 호숫가를

한 바퀴 돌면 되겠다 싶었는데

얼마 안 가서 길이 산 쪽으로 접어든다.


산 속이라 해가 금방 질 거 같

이제 그만 돌아가자 내 말엔 아랑곳없이

호기심 많은 아내는 씩씩하게 앞장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럴 줄 알았어...



완만한 경사에 가포장된 길이

끝없이 계속됐다.

점점 어둑해지는 주변은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아 고요하고 적막했다.


한 20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능선이 보이고

두 장승이 서 있는 이정표 앞에 도착해서야

우리가 걸어 올라온 이 낯선 길의 이름을 알았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산다는 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같으리라.


젊었을 땐 호기심이 컸다면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서,

자꾸 예전에 가봤던 익숙한 그 길을 찾아보지만

이미 사라져 다신 돌아갈 수 없다.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돌아 내려오면서

산 끝에 걸린 석양을 바라보며

내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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