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짐을 풀고
해미읍성에 있는 맛집 <영성각>에 가서
아내는 짜장, 나는 짬뽕으로 급하게 늦은 점심을 했다.
그냥 들어가면 어떡해
돌아와 바로 쉬려는 나를
세모눈을 뜬 아내가 매섭게 째려본다.
맞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위에 몹쓸 짓이라며
그녀는 나를 반려견처럼 산책시키려 노력 중이다.
황락 호숫가를
한 바퀴 돌면 되겠다 싶었는데
얼마 안 가서 길이 산 쪽으로 접어든다.
산 속이라 해가 금방 질 거 같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내 말엔 아랑곳없이
호기심 많은 아내는 씩씩하게 앞장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럴 줄 알았어...
완만한 경사에 가포장된 길이
끝없이 계속됐다.
점점 어둑해지는 주변은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아 고요하고 적막했다.
한 20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능선이 보이고
두 장승이 서 있는 이정표 앞에 도착해서야
우리가 걸어 올라온 이 낯선 길의 이름을 알았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산다는 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같으리라.
젊었을 땐 호기심이 컸다면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서,
자꾸 예전에 가봤던 익숙한 그 길을 찾아보지만
이미 사라져 다신 돌아갈 수 없다.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돌아 내려오면서
산 끝에 걸린 석양을 바라보며
내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