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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08. 2024

작가의 길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여정> 팝업 전시에 다녀왔다.


온라인 공간에서 글이라는 매개로 이어진

취향 공동체로서 소속감을

직접적으로 느껴보고 싶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나태해진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오래된 사랑처럼 슬슬 지겨워진 글쓰기의 열정을

다시 되살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반갑게 맞아주는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사진을 찍고 브런치 작가 인증카드를 받아

처음 방문하는 나라의 입국심사를 마친 기분이랄까.


프롤로그에서 챕터 1, 2, 3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하나의 책을 성하는 작가의 여정에 따라

짜인 프로그램이 흥미로왔다.


특히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 첫 코너에서 

4년 전 수차례 낙방 끝에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의 짜릿함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 첫마디가 왜 그리 설레었을까...

전시장에 짱이와 함께 따라온 아내는

이미 책 한 권을 낸 '진짜 작가'답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자들의 '진짜 책'을

여유게 들어 보이며

"이게 만만한 게 아냐"라고 거드름을 피웠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코너는

30일간 글쓰기 키워드들이 캘린더로 된 공간인데

아내와 나는 각자가 마음에 드는 키워드 카드를

고르기 시작했다.



아내가 고른 건

'부모', '커리어', '응원', '질문'

내가 고른 건

'변화', '꿈', '미래', '시작' 그리고 '목소리'였다.


현재 각자의 관심사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일 텐데

그중 '목소리'란 키워드 카드가 가장 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언젠가 꼭 다시 듣고 싶은
목소리에 대해 써보세요.


목소리라...

잠시 생각했다.


아마도 그건

나를 설레게 했던

브런치가 해 준 "안녕하세요, 작가님!"이란 그 말을


언젠가 실제

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

"고맙습니다, 작가님!" 하며 다시 듣는 게 아닐까.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듯이

글 쓰는 작가의 열정이 늘 뜨거울 수는 없으리라.


하물며,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작가 지망생'인 

번뜩이는 영감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바꾸는 능력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리라.


하지만 전시에 와 보고 확실해진 건

나는 이미 작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나의 最爱 작가

김연수의 책 <우리가 보낸 순간> 뒤표지에

너무나 멋진 문장이 있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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