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Oct 13. 2024

하루

같지만 다른 시간

초가을 주말 오후 다섯 시.

산책을 위해 신이 정해 시간이 아닐까 싶게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에는

많은 주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 있었다.


14살 노견이 된 짱이가

오른쪽 뒷다리에 힘이 빠져 잘 걷지를 못해

유모차에 태우고 타니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지만

근육 운동을 시켜야 한다며

아내가 함께 달리기를 시도한다.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산책하다 노견을 키우는 주민들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서로의 아이들 나이를 묻고

최근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주인으로서 챙겨줘야 할

세심한 것들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다.



빈 유모차를 끌며 한참을 기다린 내게

아내가 달려와 오늘 얻은 정보를 브리핑해 준다.


"저 집 는 18살인데 이빨이 다 빠졌대"

"우와~ 우리 짱이는 아직 건강한 거네"


"그리고 전에 20살까지 키운 애도 있었대"

"정말? 우리 짱이는 아직 한창인 거네 "


올해 이사 오고 나서부터

짖지도 않고 배변도 제대로 못 가리는 등

노화가 시작되어 안타깝고 걱정스러웠는데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았다 싶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거 알아? 반려견이 주인 상태를 엄청 잘 본대"

"상태라면..."


"기분 좋은지 나쁜지, 행복한지 화났는지 이런 거"

"하긴, 서당개가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잖아"


그래서일까.

요즘 가끔씩 세상만사 다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녀석의 눈빛이 떠오른다.




며칠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조로증' 환자가

28세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전 세계 70명 정도 어린이가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이 희귀 질환을 고 있으며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대부분 13~15세까지만

산다는 안타까운 정보도 알게 되었다.


기대수명이 100살인 사람과

그 반의 반도 안 되는 반려견의 십 대를 비교해 본다.


같은 하루지만

다른 시간이다.


조로증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짱이의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챙겨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닭띠남 개띠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