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생각이 많아 그런 건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초저녁 잠이 많아져서인지
나는 요즘 새벽에 자주 깬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다행인 건 그럴 때 글을 쓸 수 있다는 거다.
오늘도 새벽 2시가 넘어 깨어 화장실에 들렀다
침대 속으로 들어갔으나 멀뚱멀뚱거리다
결국 책상 앞에 앉았다.
책상 위에 오래된 LP 2장이 놓여 있는데
하나는 조지 윈스턴의 <DECEMBER>란 피아노
솔로 음반이고,
다른 하나는 양수경의 리즈 시절 사진이 담긴
3집 앨범이다.
둘 다 내 스무 살 청춘의 밤을 함께 지새웠던 음악들.
글 쓰면서 생긴 작은 사치인 위스키를 한잔 마시고
그녀의 노래들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듣다 보니
(턴테이블이 없어도 되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모든 곡들이 그 철없던 시절 한창 풋사랑에 빠졌던
나의 이야기인 양 들린다.
특히 가수 김범룡이 작사/작곡한
<당신은 어디 있나요>의 이 구절이 나올 때는
그 애절한 노랫가락에 가슴이 찌릿찌릿함까지 느껴진다.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그렇게 그렇게 가시나요
말해봐요 말해봐요
사랑이 죄인가요
어느 책에선가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게 아니니
그 죄를 물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결국 이별이란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빠질 수밖에 없는
미필적 고의 정도에는 해당하지 않을까.
마음대로 가버린 내 청춘이
마음대로 와버린 내 중년이
그저 야속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