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치과에 왔다.
평소 늘 누나가 모시고 다녔는데
고향 내려온 김에 하는 최소한의 아들 노릇이랄까.
4층짜리 단독 새 건물에
쾌적한 시설과 깨끗한 인테리어,
친절한 직원과 편리한 프로세스가 느껴져
'참 좋다는' 병원 이름과 잘 어울렸다.
어머니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로 따라 들어가 보호자용 의자에 앉았다.
간호원이 먼저 들어와
지난주 치료한 부분에 불편함이 없었는지,
오늘 치료할 건 뭔지를 조목조목 찬찬히 설명하며
누워 있는 어머니 앞 모니터를 켜는 순간,
흠칫 놀랐다.
X레이 사진의 치아 대부분이 임플란트였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저걸 다 하신다고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나도 얼마 전 고생해 봐서 잘 안다고)
어제 점심때 수육을 맛있게 드시길래
호랑이 띠라서 역시 강한 이빨을 가지셨다고 했는데
다 뻥이었네 하고 웃었지만,
어느새 나도 이와 잇몸이 약해져서
하나 둘 임플란트가 생기고
밥만 먹으면 낀 음식물 빼느라 쯥쯥거리며
점점 추해져 가는 중년이 되고 보니까
언젠간 나도 저 어머니 사진처럼 되겠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겠지
아니다, 띠로 보면
난 부리 없는 닭 신세인가...
어제 청주에 내려와
태어나 살던 옛 동네를 찾았었다.
거리에 오래된 플라터나스 나무들만 빼고
모든 게 변해버렸다고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는데
텃밭을 가꾸는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띄었다.
하얗게 샌 머리에 무심한 표정이
왠지 살아온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래도 이 더위에
참 건강해 보이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사진에 담았었다.
나도 저렇게 늙어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