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자고 일어났더니
어머니가 소파에 잠들어 있다.
(새벽 기도를 매일 하신다더니...)
살살 걸어가 최대한 조용히 화장실 문을 여는데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가면서
배고프지?
아뇨, 저 아침 잘 안 먹어요. 있는 거 그냥 주세요.
저번에 잘 먹던 황태국 또 끓이는데
좋죠
어젯밤 잠이 안 오길래
혼자 불닭볶음면에 소주 한 병을 마신 터였다.
어머니의 작고 굽은 등을 보며 식탁에 앉았는데
그득히 쌓인 약봉지들과 건강식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신여사,
이것들만 먹어도 배가 엄청 부르겠네
실없는 아들의 농담에
순서대로 챙겨 먹어야 할 것들을
암기과목 시험공부하듯 줄줄 외우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생각나지 않는 이름들을 기억해 내느라
애쓰는 모습에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애꿎은 핀잔에 그제야 포기하신 얼굴.
그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불쑥
황태국 어떻게 만들어요?
집에 가면 나도 한번 끓여보게요
했더니
신이 나서 엄마표 레시피를 줄줄 풀어내신다.
물 끓이고
소금과 간장 넣고
황태 물 불려 찢고
계란 두 개 풀고
파 성성 썰어 넣고
들기름 넣고 섞고 (고기 대신)
물 팔팔 끓을 때 다 넣고
젖지 말고 기다림 (풀어지지 않게)
마늘 다진 거 넣고
쇠고기 다시다 살짝
간 안 맞으면 소금으로 조절
파 너무 익지 않게 끓임
먹을 때 취향 따라
고춧가루(후춧가루) 추가
막힘이 없다.
다시다가 꼭 들어가야 맛있어
강조하는 신여사에게
뜨끈한 황태국 국물 한 입 먹고
저절로 나오는 감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