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청년 Mar 09. 2019

꿈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3장 나의 욕망, 나의 가치, 나의 행복

꿈이 없어요.


     많은 우리 10대들이 이렇게 말한다. 결국 잘 사는 인생은 남들이 아닌 나에게 인정받는 인생이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고,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루고, 그렇기 때문에 보람차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며 살고 싶은데, 그 꿈이 도무지 뭔지 찾지 못해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친구들에게 '나'의 욕망, '나'의 가치, '나'의 행복은 이야기하지 않고,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하는지와 좋은 학교에 합격하는 비법만을 말해왔다.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우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난 어디서 가치를 느끼는 사람인가. 난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가.




     어떻게 꿈을 찾을 것인가.


     꿈을 찾기 위해선 일단 많은 것을 해봐야 한다. 또 이렇게 말하면 뭔가 거창한 체험학습들을 해야 되는 줄 아는데, 절대 아니다. 물론 체험학습도 좋겠지만, 책을 보는 것도 좋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책, 드라마, 영화는 어린 나이의 우리에게 '사람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는지'를 보여주는 정말 좋은 배움터다. 작품 속 인물들의 인생을 보는 건 어떤 인생이 나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또 이런 작품들도 작품이겠지만, 어느 날 뜬금없이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친구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를 듣고, 우연히 채널 돌리다 들은 TV 속 누군가의 말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꿈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공부에만 허덕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생활도 하고, 잡다한 취미활동도 하고, 멍 때리며 생각에 잠길 시간도 있어야 한다. 나는 정말 마음을 비우고 홀로 편하게 지내던 어느 날, 학교 문학 수업을 듣다 문득 "오, 이거다!" 하고 속으로 외쳤다.



*"어떤 인생을 살까"있어 어린 시절 나에게 감명을 준 작품들

- 카(만화영화)

- 세 얼간이(영화)

- 패치 아담스(영화)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책, 어린이 버전으로 읽었어요 ^^)

- 죽은 시인의 사회(영화)

-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책)

- 패밀리 맨(영화)

- 굿 윌 헌팅(영화)

- 변호인(영화)

- 광해(영화)



     처음 미국에 가서 한 학기 동안 홀로 지낸 시간은 나에게 '여유' 그 자체였다. 조용히 혼자 지내서 그랬는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었다. 우리처럼 성적과 대학 이름이 주된 기준이 되지 않을 뿐, 미국 애들이라고 절대 우월감과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철저하게 '잘 나가는 애들(Cool Kids)'와 '찌질한 애들(Losers)'들을 구별한다.


     미국은 중학교부터 정해진 반구성이 없고 모든 수업이 이동수업이라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복도로 모인다. 이때 친한 아이들끼리만 원을 그리고 둘러서서 잡담하며 노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남극의 펭귄들 같다(그래서 나는 미국 청소년 사회를 '펭귄 사회(Penguin Society)'라고 종종 비판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그곳 학생회장인 친구를 보면서 했던 생각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 친구가 낀 '펭귄 서클'은 그 어떤 서클보다도 견고했다.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을뿐더러 잘못 한번 끼옵려고 했다간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그 서클 구성원들에게 아주 망신을 똑똑히 당한다. 그 서클엔 아무 '펭귄'이나 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 장면들을 옆에서 보며, 동서를 막론하고 전교회장을 하는 친구들이 주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 허황된 우월감에 빠져 사는 그 친구를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최승호 선생님의 시에서 말라죽은 북어들이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하듯) 나에게도 누군가 "너도 똑같은 사람이었잖아" 하고 말해오는 듯했다. 그래서 한동안 혼자 지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꿈에 대한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꿈이라 착각했던 남들보다 잘나지고픈 우월감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정말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뒤섞여 지내다, 어느 날 문학 수업 중에 그 답을 찾았다. 수업시간에 배운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시의 마지막 부분,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가는 것, 내가 삶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나아졌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성공이다."를 읽는 순간 "아! 이거다!" 번쩍하고 느낌이 왔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 것. 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천해나가면서,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 나는 여기서 가치를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인생이 나에게 보람차고, 행복한 인생인 것 같다. 이런 인생을 살아야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디서 답을 찾았든 간에 '아! 저런 인생이 멋진 인생인 것 같다,' 아! 저게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걸 바로 실천에 옮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천을 통해 정말 그런 인생을 사는 것이 내가 원하는 꿈인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진짜 내가 이런 삶으로부터 가치와 보람을 느끼는 사람인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BTS의 안무 연습 모습. 출처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간단히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노래방을 즐기는 나라에서는 더욱.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을 바쳐 가수가 될 정도로 춤과 노래로부터 큰 보람과 가치, 행복을 느끼느냐? 그건 아니다. 학교 축제에서라도 춤이나 노래 공연을 해본 사람들은 느껴봤을 테지만, 중고등학교 축제만 한번 서려고 해도 같은 곡을 수십 번 연습해야 되는데, 그 과정은 '생각보다' 지루하다. 그럼 정말 대중 가수, 아이돌들이 춤과 노래에 쏟아붓는 열정과 노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느끼는 단순한 '재미'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정말 춤과 노래로부터, 또 그걸 듣고, 보고, 반응하는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가치와 보람을 느끼는 사람만이 그걸 인생으로 삼고, 엄청난 노력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것'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단순히 좋아하는 것, 그래서 취미 정도로 삼을 것과 내가 인생을 바칠 정도의 가치가 되는 것. 꿈은 당연히 후자여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정말 나에게 그만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난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에머슨의 시로부터 받은 느낌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다. 그 시를 보고 나서부터 나는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학생회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가면 진짜 제대로 해봐야지. 자기 혼자 잘난 놈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공감하며 학교를 더 살기 좋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중3 때 한국에 돌아와 회장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미국에 있었던 2년 동안 생각한 것들을 맘껏 실천했다.


     우선 내가 지난날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담배 피우는 친구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고, 허구한 날 줄 하나 그은 답안지를 내고 수업시간에 누워잔다고해서 그 친구가 감당하고 있는 인생이 전교 1등 하는 친구가 살아가는 인생보다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나쁜 환경과 상황이 있었을 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을 배웠고, 난 뭘 잘해서 안정된 집안에 태어나 잘 자랐을까 생각을 했다. 세상이 불공평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 불공평한 세상을 우리가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미 혼자 밥 먹는 것에 익숙해졌던 나는 밥도 1, 2학년들이 먹을 시간에 혼자 갔다. 그렇게 자연스레 1, 2학년 친구들과 앉아 이야기를 하다 학교에 바라는 건 없는지 묻곤 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학교라는 공간을 더 즐거운 공간으로 함께 가꾸어 나갔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우리나라 학교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도 많이 실천했다. 내가 다녔던 미국 중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온갖 체육기구들을 개방해 우리는 축구공, 농구공 등을 맘껏 쓰며 놀았다. 그걸 본 따 체육기구 대여제를 실시했다. 선생님들의 반대에 미국처럼 완전 자유롭게 개방하지는 못했고, 학생회 멤버들이 돌아가며 봉사를 하고 학생들이 학생증을 놓고 체육기구를 빌려가는 방식이었다. 반응은 대박이었다. 매일 축구를 하던 소수의 남학생들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체육관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활동적인 점심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 학교에는 곳곳에 정식 음수대가 있었다. 그런데 아직 우리 학교에선 학생들이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말했더니 또 교장 선생님이 적극 지원을 해주셔서 음수대를 설치할 수 있었다.


(웃음 지었던 일, 눈물 보였던 일, 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긴 이야기를 다 하자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 지루할 것 같다. 관심도 없을 것 같고 ㅎㅎ. 이 글의 주제에 벗어나지 않게, 다음에, 다른 곳에서 나눌 기회가 있길)


     나에게 이 1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럽고 행복한 1년이었다. 그 이후 세상 사람들이 더 대단하고 명예롭게 생각하는 일들을 많이 해봤지만, 나에게 가장 가치 있었던 시간은 아직까지도 중학교 3학년이던 이때였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그 1년 동안 내 인생을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내 꿈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난 사람들과 소통하며 어떻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까 생각하고, 그 아이디어들을 실천하며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보며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다.


출처 홍익출판사 네이버 블로그




     어떻게 사는 것이 나의 꿈인가? 고민해보라. 찾아 나서라. 그리고 지금 바로 그 꿈을 한번 살아보라.


     여기서 중요한 건 꿈은 절대 직업이 아니란 것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최연소 국회의원 같은 것들이 꿈이 될 수는 없다. 되어서도 안된다. 이런 게 꿈이라면 말 그대로 '수단'이 꿈이 된 것이다. 목적지 없이 비행기를 타는 것이 꿈이 된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며 행복과 가치를 느끼는 인생'이란 꿈의 수단이 될 뿐 의사 자체가 꿈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같이 중요하지도 않은 조건이 달린 꿈을 꿈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내가 왜 이런 걸 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타인의 욕망 때문인지, 남들보다 우월해지기 위해서인지. 이런 꿈은 진정한 꿈이 아니다. 이런 꿈을 가진 사람은 정말 불쌍한 인생을 살게 된다. 꿈이 서울대를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꿈은 직업이 될 수 없다. 학교는 더더욱 될 수 없다. 목적지 없이 비행기만 타는 게 꿈인 인생은 결국 공허해진다. 잊지 말자.


     어떻게 살 것인가. 난 어디서 행복과 가치를 느끼는 사람인가. 이게 꿈이다. 돈을 최대한 많이 벌어서 원하는 모든 곳에 펑펑 쓰며 사는 것이 내가 원하는 인생인가. 아니면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재밌게 살아가는 모습이 내가 그리는 인생인가. 이 사회의 약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만드는 것이 내 가치고 행복인가. 꿈을 찾아라. 그러고 나서 그다음에 그 꿈을 위해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때 조건을 만족하는 직업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하나 이상이다(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10대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인데, 생각해보면 내 꿈을 이루게 해주는 직업이 딱 하나이기는 정말 힘들다). 그렇게 직업을 생각하고 나면, 그다음엔 어떤 대학과 학과를 나올 것인가를 고민하는 거다. 역시 하나 보다 더 많은 선택 사항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어떤 고등학교를 나올 것인가. 훨씬 더 많은 선택 사항이 있을 거다.



     이렇게 목표란 꿈에서부터 하나하나 타고 내려와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여유롭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 10대들은 거꾸로 타고 '올라'간다. 중학생 땐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노력하고, 고등학생 때는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노력하고, 대학생 때는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건 인생이 아니다. 이렇게 코 앞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은 쉽제 좌절한다. 서울대가 꿈인 사람은 서울대에 탈락하는 순간, 그가 알던 유일한 길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꿈으로 삼는 사람은 좀 더 선호하던 대학을 가지 못하더라도 다른 길을 통해 그 꿈에 도달할 수 있다. 꿈에 도달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인생에 나 자신을 넣고 싶은가. 꿈을 찾아라. 내신 공부보다, 수능 공부보다 이게 먼저다. 오래 걸려도 괜찮다. 천천히 나의 진짜 꿈을 찾자.



P.S. 여러 꿈들 중에서도 어떤 꿈이 더 나은가에 대한 비교가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인생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인생이 더 나을 수 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고자 하는 인생보다, 정의로운 인생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어떤 인생이 더 멋진 인생인지에 대한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진짜 자기 인생을 찾으라고 말하기 위한 글이지, 무엇이 좋은 인생이냐를 다룰 글은 아닌 것 같다(또 글 쓰는 내가 이런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수준인지도 모르겠고.. ㅎㅎ). 우리에게 무엇이 좋은 인생인지에 대한 통찰을 주는 훌륭한 책이나 영화, 드라마는 정말 많다. 많이 읽고 보기를 권한다.



#3장나의욕망,나의가치,나의행복 #열아홉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