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차
학교 앞을 지나다가 <배터리 수거함>을 보았다. 폐건전지는 100%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의류 수거함의 의류들도 필요한 사람에게 갈 것이다. 아파트 수거함 중에는 폐의약품 수거함도 있다. 폐의약품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체에도 유해해서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
배터리 수거함을 본 것에서 시작해서 다른 수거함들까지 살피다 보니, 문득 예쁜 말 수거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된 말, 나쁜 말이 아닌 예쁜 말을 먼저 생각해 낸 이유는 기존 수거함들의 목적이 재활용이기 때문이다. 다정하고 따듯하고 예쁜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그 말을 많이 가진 사람들 일 것이다. 넉넉한 그 말들을 나누고 싶을 때는 예쁜 말 수거함에 넣는 것이다. 그걸 수거해서 부정적이고 못되고 나쁜 말이 많은 곳에서 가져다가 사용하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에 다정하고 따듯하고 예쁜 말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물론 나쁜 말 수거함도 필요하다. 나쁜 말은 폐의약품과 동일하니 사람들에게 영향 주지 않게 잘 폐기했으면 좋겠다.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게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끔 내가 한 말을 도로 가져오거나 누가 한 말을 다시 가져가라고 하고 싶다.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좋은 사람이 아닌 줄 모르고 진심 담아 주었던 말들은 돌려받고 싶다. 나에게 상처 주는 무례한 말을 한 사람에게는 그 말을 반품하고 싶다.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버릴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시간을 되감기 해서 말을 회수하고 싶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며 피곤하게 사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어른은 자기 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말을 골라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수록 나에게서 나가는 말들이 점점 더 신경 쓰인다. 나에게 나가는 말이 예쁘고 다정하려면 그런 생각과 마음을 가진 내가 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잘 살자. 말에서 품격이 느껴지는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