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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의 무게

13일 차

by 착한별


살면서 가장 간절한 마음이었을 때는 언제였을까?


결혼 1년 차. 자궁내막증 수술 후에 임신 가능성을 알아보려고 간 병원에서 자연 임신 확률이 아주 낮다는 얘기를 들었다. 표정에 1도 없는 사의 목소리에 세상 무너진 듯이 절망했다. 마치 아기를 낳을 수 없다고 선고받은 사람처럼 며칠을 울었다.

그러고 나니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았지만 아기를 꼭 만나게 해달라고 온 마음 다해 기도했다. 침도 맞고 몸을 따듯하게 하는 한약도 먹고 40일 동안 절운동도 했다. 간절함은 나를 무엇이라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아기가 찾아왔다.

그렇게 얻은 아기였는데 60일 즈음에 요로감염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그 작은 아이를 안고 빨리 낫게 해달라고 눈물 흘리던 때가 두 번째 간절함이었다.


39 세라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 나니, 혹시 내가 죽을병에 걸리더라도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아이 10살까지는 살게 해 주세요 라는 간절함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막상 아이가 열 살이 되고 나니 열 살도 아직 어리다, 그래도 스무 살은 되어야, 아니 결혼해서 자기 가정을 꾸리는 것까지는 봐야 하지 않나라고 각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남편이 건강해야 한다. 당연히 아이도 건강해야 한다. 이제 나의 간절함은 우리 가족의 건강다.

살면서 몇 번의 수술을 했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와 병원에서 지낼 때 들었던 마음을 평생 기억하고 살면 좋을 텐데 너무 금방 잊었다. 병원에 있으면 모든 것이 부질없고 소용없다는 깨달음이 든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몸만큼 마음 건강도 챙겨야 한다.




작사를 배우던 시절이 있었다. 내게 처음 작사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은 작사가 되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우리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써도 작곡가에게 선택이 될까 말까라고 했다. 그건 작사가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간절함'이 뭔지 알 것 같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말 되고 싶은 게 맞을까? 생각과 마음만으로는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글은 삶으로 쓰는 것이니 루하루 잘 살아야 하고 쓸 말이 없어도 꾸준히 써야 늘지 않을까? 지금껏 행동하지 않았다면 간절하지 않았던 것이다. 글은 써야 느는 것인데 쓰지 않으면서 실력이 아직이어서 못 쓴다고 했었다. 불과 일 년 전까지 내가 그랬다. 그림책 모임에서 글쓰기를 시작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써보면서 '그냥 쓰는 시간'이 내게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래서 오늘도 뭐라도 쓰고 있다. 내게는 진짜 작가가 되어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작가란 최소 세 권 이상의 단독 저서를 낸 작가이다. 간절은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 일 또한 건강에 대한 간절함이 없으면 매일 꾸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 앞으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8년을 살았는데 앞으로 48년을 더 산다면 96세다. 아무리 100세 인생이라고 하지만 아프지 않고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100세까지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내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이었다. 48년 된 아파트를 상상해 보자. 뭐 하나 그대로 쓸만한 게 없어서 죄다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사람이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나와 48년 된 아파트가 뭐가 다를까? 샤워야 매일 한다고 하지만 몸 안은 얼마나 독소와 노폐물이 쌓여있을까?



만약 앞으로 살 날이 20년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루하루를 절대로 허투루 보낼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젊었기에, 죽음은 먼 날의 일이었기에 그랬다. 그런데 이제 점점 노화를 체감하니 알겠다. 화나 병으로 인한 죽음뿐일까, 죽음이란 늘 가까이에서 우리를 데려가려고 항시 대기하고 있다. 젊을 때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고 나이 드니 모른 척하고 싶.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다 보면 매일 나를 '새로고침' 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좀 더 웃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뭐라도 하다 보면 꽉 찬 하루를 보내게 된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좀 더 다정해진다. 람들에게 말과 행동을 조금 더 신경 써서 하게 된다. 어제보다 나은 나, 근사한 나로 나이 들고 싶다.




우리의 간절함을 알아보시는 하늘에 계신 분은, 간절함의 무게를 재는 저울을 갖고 계실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때 간절하게 바라는 것을 이루게 해 주시는 게 아닐까? 그게 무엇이든 간절함을 가지고 꾸준히 한다면,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줄 거라고 믿는다.


오늘도, 내일도, '간절함'의 무게를 감각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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