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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별 Nov 22. 2024

살 날이 산 날 보다 많을까?

불확실해서 더 소중한 시간들


더 주무셔야 해요. 더 주무세요.


어제 건강검진을 다녀왔다. 면 위내시경 검사 후에 바로 깬 나에게 간호사가 한 말이었다. 더 자라고 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강검진을 앞두고 온갖 걱정을 하다가 급기야는 수면 위내시경 중에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고 못 깬 사람도 있다는 그 희박한 확률까지 각하고 있었더니 무의식적으로 일찍 깬 듯하다. 정말 못 깰까 봐 무서웠다.

예전에 수술하느냐고 두 번이나 전신마취한 적이 있었어도 그땐 무섭지 않았다. (두 번 다 아이 낳기 전이어서 그랬나 보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면마취인데도 잘못될까 봐 겁을 먹었다. 내게는 엄마를 아주 많이 좋아해서 하루에도 여러 번 안아달라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해서 자신의 가정을 꾸리려면 적어도 25~30년은 있어야 할 텐데 내 나이에 30을 더하니 80에 가깝다. 아무리 백세 인생이라지만 건강을 잘 유지하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갑자기 내가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루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우울에게, 좌절에게, 자괴감에게 시간을 내주기엔 아깝다.


출처:Pixabay
**kg입니다.


외모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거울 보는 걸 피한다.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어제 몸무게를 듣고는 충격받았다. 간호사의 상냥하고 큰 목소리에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었다. 인바디 잴 때도 크게 말하더니 위내시경 직전에 의사에게도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내 귀에만 더 크게 들린 걸까? 너무 창피해서 빨리 마취되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내 몸무게는 만삭 때 몸무게와 같다. 그땐 배 속에 아기라도 있으니 괜찮아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나 혼자인데 어떻게 이 몸무게 된 걸까? 분명히 출산 후에 다 뺐었는데 이상하다. 2020년 코로나 이후에 거의 안 움직이고 먹기만 해서 그런가? 그래서 사진만 찍으면 내가 거대하게 나온 거구나. 이 이 지경이 되도록 나는 왜 모른 척을 하고 있었을까? 외모도 외모지만 이 몸무게로는 건강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제 나를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마음만 챙겼지 몸은 안 챙겼던 게 이렇게 드러났다. 걷기와 계단 오르기. 그것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출처:Pixabay


속 안 쓰리셨어요?


건강검진 후에 의사 진료를 보는데 십이지장 궤양을 앓다가 아무는 단계로 보인다며 속 안 쓰렸냐고 묻는다. 위에 작은 염증도 있다며 일주일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지난번 폐렴 걸렸을 때도 의사는 많이 아프지 않았느냐며 늦게 오셨네요 했었다. 나는 몸이 아픈 것에 왜 이렇게 둔할까? 이제는 주 작은 증상이라도 있으면 방치하면 안 다는 경고를 받 느낌이었다. 소견서 하나 받은 걸로는 다른 병원도 가봐야 한다. 다시 또 걱정밀려온다. 병원은 무섭다. 점점 더 나이 들수록 앞으로는 건강 걱정할 일이 더 많을 거란 생각에 조금 서글퍼진다.





출처: Pixabay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 이어령-


죽음은 아주 먼 얘기 같았는데 요즘 들어서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본다. 시한부 인생이 된 것도 아닌데 내 삶에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훅 들어왔다. 왜 그런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더니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해져서 그런 거였다. 우선은 함께 오래 있어주고 싶은 예쁜 아이가 내 곁에 있어서 그렇다. 갑자기 내가 이 세상에 없으면 이 아이가 정말 많이 슬퍼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제야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삶의 의미라는 게 생겼고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라는 생각이 난 빨리 죽을 수 없어로 이어진 것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일은 분명히 어리석은 일이지만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1분 1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어다. 올해는 1년이 마치 6개월처럼 느껴다. 앞으로 내가 느끼는 체감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이다. 지금까지 46년을 살았다. 살아온 만큼 내가 살 날도 같은 양의 시간일까? 그건 알 수가 없다.  불확실해서 지금의 시간이, 오늘 하루가 더 애틋하고 소중하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나니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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