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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Oct 18. 2024

웅장한 마음, 해바라기꽃

나는 얼마나 높은 산을 오르고

얼마나 깊은 골짜기에서 혼자 울게 될까

망설이다 가 보지 못한 사막과

두려워 펼치지 못한 숨은 날개

언제쯤 활짝 펴고 날아오를까


햇살이 찬란한 가을날

출렁이는 푸른 바다를 이고 서서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작은 씨앗 하나가

이렇게 웅장한 오늘이 될 줄을


온몸 움츠리며 견뎌낸 어둠

아무도 없나요

나 여기 있어요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던 날들


이제 웅장한 마음으로

여기 서 있어

마침내

영글어 가는 한 알의 씨앗


아직도 난

푸른 바다가 가끔 두려워

목구멍 끝까지 말라붙은 갈증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


산책 나온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봐

우와, 엄청 컸네

아주까리 같이 까만 눈동자

나를 맑게 비춘다


아이와 내가

서로 마주 본다

가슴 가득 차오르는

웅장한 마음


망설이다 가 보지 못한 사막

그 뜨거운 모래 위에

두려워 펼치지 못한 숨은 날개가

활짝 펼쳐진다


2024.10.4.가을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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