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높은 산을 오르고
얼마나 깊은 골짜기에서 혼자 울게 될까
망설이다 가 보지 못한 사막과
두려워 펼치지 못한 숨은 날개
언제쯤 활짝 펴고 날아오를까
햇살이 찬란한 가을날
출렁이는 푸른 바다를 이고 서서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작은 씨앗 하나가
이렇게 웅장한 오늘이 될 줄을
온몸 움츠리며 견뎌낸 어둠
아무도 없나요
나 여기 있어요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던 날들
이제 웅장한 마음으로
여기 서 있어
마침내
영글어 가는 한 알의 씨앗
아직도 난
푸른 바다가 가끔 두려워
목구멍 끝까지 말라붙은 갈증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
산책 나온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봐
우와, 엄청 컸네
아주까리 같이 까만 눈동자
나를 맑게 비춘다
아이와 내가
서로 마주 본다
가슴 가득 차오르는
웅장한 마음
망설이다 가 보지 못한 사막
그 뜨거운 모래 위에
두려워 펼치지 못한 숨은 날개가
활짝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