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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Oct 25. 2024

기찻길 옆 나팔꽃

춘천 가는 기차소리

우렁찬 기차역 울타리에

나팔꽃이  하나 둘

음표처럼 피어난다


기차야 함께 가자

신나는 여행

나팔꽃은

덩굴손 쭉쭉 뻗으며

기차를 따라간다


여름내 달렸는데

아직 그 자리냐고

너는 묻겠지

그래도 다섯 뼘은 더

춘천에 가까워졌는 걸


여기서 나는 보았어

퇴근길 지친 숨소리들

울며 통화하는 여학생의

눈물이 얼룩진 얼굴

새벽일 나가는 아저씨의

빈 속에 피우는 담배연기


살아가는 일은  

때때로 혼자이고

하루하루 고단하며

조금씩 비워가는 과정


벚꽃이 사르르 녹듯이

함박눈이 시들듯이

왔던 별로 다시

돌아가는 여정


길찻길 옆 나팔꽃은

날마다 노래하지

여러분

여행을 떠나요


작은 가방에

발 편한 운동화 신고

무거운 마음은

잠시 내려놓아요


나팔꽃

꼬불꼬불한 줄기는

감추지 못한 춤사위

두근거리는 설레임


이 사람들 모두 싣고

나는 춘천까지 가고 싶어

달 밝은 밤 달님에게

속삭였지


거기 네 발 앞에 보렴

자전거를 타고 싶은

덩쿨손의 야심을


누구나 마음속에

빛나는 별

어린아이

놓지 않은 꿈이

자란단다


오늘도

춘천 가는 기차역에

나팔꽃이 하나 둘

노래하며 피어나고


고객대기실엔

여행 가는 사람들이

꽃으로 피어난다



2024.10.21. 기찻길옆 자전거
2024.10.21. 기찻길 옆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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