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가는 기차소리
우렁찬 기차역 울타리에
나팔꽃이 하나 둘
음표처럼 피어난다
기차야 함께 가자
신나는 여행
나팔꽃은
덩굴손 쭉쭉 뻗으며
기차를 따라간다
여름내 달렸는데
아직 그 자리냐고
너는 묻겠지
그래도 다섯 뼘은 더
춘천에 가까워졌는 걸
여기서 나는 보았어
퇴근길 지친 숨소리들
울며 통화하는 여학생의
눈물이 얼룩진 얼굴
새벽일 나가는 아저씨의
빈 속에 피우는 담배연기
살아가는 일은
때때로 혼자이고
하루하루 고단하며
조금씩 비워가는 과정
벚꽃이 사르르 녹듯이
함박눈이 시들듯이
왔던 별로 다시
돌아가는 여정
길찻길 옆 나팔꽃은
날마다 노래하지
여러분
여행을 떠나요
작은 가방에
발 편한 운동화 신고
무거운 마음은
잠시 내려놓아요
나팔꽃
꼬불꼬불한 줄기는
감추지 못한 춤사위
두근거리는 설레임
이 사람들 모두 싣고
나는 춘천까지 가고 싶어
달 밝은 밤 달님에게
속삭였지
거기 네 발 앞에 보렴
자전거를 타고 싶은
덩쿨손의 야심을
누구나 마음속에
빛나는 별
어린아이
놓지 않은 꿈이
자란단다
오늘도
춘천 가는 기차역에
나팔꽃이 하나 둘
노래하며 피어나고
고객대기실엔
여행 가는 사람들이
꽃으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