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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캠핑숲을 걷다

by 남효정

살아가다 보면 행운의 여신이 나를 보고 웃는 날이 있다. 출장지 가까운 곳에 숲이나 천이 있을 때가 있다. 며칠 전 나는 서울 중랑구의 한 영유아교육기관 근처에서 중랑숲을 걷게 되었는데 이날이 바로 그런 날이다. 약속 시간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다.


'오호 숲을 걸어야지.'


마음속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오전 시간이고 도심이지만 상쾌한 공기가 느껴진다.


중랑캠핑숲은 서울 망우동에 위치한 도심 속 캠핑장으로, 자연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경의중앙선 양원역 2번 출구에서 141m 거리라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테크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걸어가면 중랑캠핑숲으로 이어진다. 지난밤 봄비 때문인지 나무들의 연둣빛이 싱그럽다. 코를 자극하는 이 싱그럽고 풋풋한 내음에 따사로운 아침 햇살까지 내리니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심지어 출장지 가까이 일하기 전 맛보는 봄숲의 싱그러움이라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있을 싶다.


나는 영유아교육기관 교육이나 강의, 컨설팅을 하러 오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주변의 바깥놀이환경을 확인한다. 가까이에 있는 환경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도심이지만 자연을 자주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함이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매우 놀라운 눈으로 바라본다. 스스로 시간을 내어 추가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이 숲 길은 안전하고 가까이에 떡갈나무를 비롯한 배나무, 매화나무, 진달래 그리고 개나리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있어 꽃과 숲이 울창하고 아름다워 더욱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도 충분히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매화나무에 매화꽃이 피고 배나무에 하얀 배꽃이 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달빛이 그윽한 날에 밤산책을 나와도 안전하고 황홀하게 봄을 만끽할 수 있겠어.'


발걸음이 가볍다.

새소리가 들린다.


중랑캠핑숲에는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숲이 울창하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여러 종류의 새들이 찾아온다. 대표적으로 박새, 쇠박새, 오목눈이, 직박구리 같은 도시 근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 들리는 새소리는 어떤 새인지 알 수가 없다.


'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해.'


나는 걸으며 맑고 청량한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봄과 가을에는 철새들도 잠시 머물다 가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렇게 걷다가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딱새 같은 새들을 만난다면 그 행복감이 이 봄 내내 이어질 것 같다.


새들이 지저귀는 숲 속, 캠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 숲 속 분위기는 더욱 평화롭다.

조용히 숲을 거닐며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숲을 바라본다. 도시의 소음에 젖어있던 귀가 시원해지고 스마트폰을 들려다 보던 충혈된 눈이 비로소 휴식한다.





곽재구


라일락꽃 향기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늘 내 가슴속에

숨 쉴 수 있기를

라일락꽃 향기처럼

아름다운 고통이 늘 내 가슴속에

빛날 수 있기를


해 저무는 날

새 한 마리

내 삶의 여울목에

뜨거운 노래 한 섬 부리고 갑니다.



- 시집 《참 맑은 물살》 창비, 1995. P 67



새는 날며 살아가도록 날개를 가졌다.

나뭇가지 사이를 나는 새들을 바라보며 참 아름답구나 감탄한다.

우리는 걸으며 살아가도록 두 다리를 가지고 이 세상에 왔다.

내가 이 숲을 걷는 것을 보며 저 새들이 참 아름다운 모습이네 하고 노래하는 건 아닐까?


떡갈나무 사이로 축복처럼 아침햇살이 빗금을 그리며 내린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빛 이파리가 춤추기 시작한다.

중랑캠핑숲과 그 주변 숲을 걸으며 나도 자연의 일부임을 느낀다.


광합성을 하는 나무들 사이에서 나도 에너지를 받아 새로운 내가 된다.

숲이 참 좋은 날이다.



중랑캠핑숲 산책로_사진 남효정



#중랑캠핑숲 #떡갈나무 #곽재구 #새 #배꽃 #남효정 놀이와 교육 연구소






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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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효정 놀이와 교육연구소 출간작가


유아가 배움의 주체가 되는 유아 놀이 지원 저자. 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남효정의 브런치입니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가족이야기, 자녀와 친구처럼 살아가기, 어린이와 놀이, 교육, 여행 이야기 등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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