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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 Jun 20. 2022

부작용

살고 싶다는 마음


그는 요즘 복잡다단하다.

그의 일상은 사실 매우 단순했다. 단순한 만큼 아주 사소한 것도 제대로 이룰 수 없는 삶이라 그는 포기하는 삶을 택해왔다.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않은 것에 무감해졌고 주머니에 적당히 죽지 않을 정도의 돈에 안심했고 외출 뒤 내리는 갑작스런 비에 자신의 불운을 확신했다. 불행의 예감은 단단했고 간단했다. 그래서 그는 어떤 것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랬던 그가 요즘 복잡하다.

복잡한 생각에도 삶은 여전히 단순했다. 그는 약간 들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또 다른 불행의 예감을 불러왔고 그는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에 곤두박질 칠 순간을 상상했다. 그럴 때면 그는 걷다가도 움찔거렸고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풀고자 잰 걸음으로 도로를 걸어다니다 툭, 튀어나온 돌부리에도 몸을 떨었다.

그는 자신의 복잡함을 인정했다. 그때부터 그는,

단순하게 불행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도로를 달리는 차를 보면 몸을 웅크렸고 갑자기 튀어 나온 사람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고, 누군가의 호의에 웃다가 후에 심하게 울었고 기대감에 부풀었다가 스스로 그것을 터뜨렸다.

발걸음은 복잡한 생각처럼 뒤엉켰고 자신의 복잡한 생각을 풀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고장나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풀린 신발끈이 하느작거리는  멍하니 바라보며 걸었고 그것을 밟고 넘어질 뻔하다가 우두커니 서서 신발끈을 묶으려 몸을 숙였고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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