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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 Jun 21. 2022

아프고 싶지 않은 마음



길을 걷다가 문득 꽃을 보았다.


하루가 다 지나간 밤이었다. 오소소 소름이 돋는 추위와

때늦은 배고픔이 느껴졌다. 길을 걸으며

내가 살고 싶은 집의 골격과 구조를 상상하고

싱글 사이즈 침대를 어디에 놓을지 책상은 해가 드는 창문 쪽에 놓을지

생각하고, 밥을 지어먹고 재어두고 먹을 밑반찬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꽃을 보았다. 빛이 없는 밤이었음에도 꽃의 빛은 선명했다.

상상 속 흑백의 공간에 꽃 한 송이를 놓았다.

물감 한 방울이 떨어지고


문득 네가 떠올랐다.


꿈을 꾸어도 되는지, 무서워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곳엔 꽃 한 송이밖에 없었다. 파레트에 담긴 물감의 색을 세어보고 물감 통에 물을 담았다.


꿈을 아무렇게 흩뿌려도 괜찮았다. 아무도 무어라고 하지 않았다.


문득 계속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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