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럼에도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 당신이 생각하거나 떠올리지 못하는 그런
말들. 아니 사실은 알고 있고 흔한 말이지만 내가 그런 단어와 언어를 혓바닥 아래에서
굴리고 있다는 그 진부한 진리
그래. 사실 나도 그 단어가 품고 있는 무게보다 혀의 묵직함에 좌절해
입을 다물고 다른 언어가 튀어나온다는 걸 알고 있다
당신은 달이 빛날 때
우리의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어둠에 주목할지도 모른다
우리를 바라보는 달빛이, 무성영화를 찢고 나온 듯 우리를 비추고 있다고
여전히
그렇지만
어둠이 있다는 사실에 순간순간 좌절하고
눈을 감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입을 앙 다물고 있다가 혀에 돋은 가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을
내뱉다가
혀 아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말을 꺼낸다
저건,
달이 아니라 해라고. 명도를 끝없이 낮춘 한낮의 빛이라고
카메라에 떠오른 세상을 제외하고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는
모두 빛나고 있다고, 눈을 게슴츠레 떠도 눈을 감아도
명도를 낮춘 카메라를 바라보아도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순간은 한낮일 거라고.
조금 축축하고 눅눅하게 변색된 단어지만 그럼에도 온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