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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 Jun 24. 2022

짧은 단상

당신은 그럼에도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 당신이 생각하거나 떠올리지 못하는 그런 

말들. 아니 사실은 알고 있고 흔한 말이지만 내가 그런 단어와 언어를 혓바닥 아래에서

굴리고 있다는 그 진부한 진리


그래. 사실 나도 그 단어가 품고 있는 무게보다 혀의 묵직함에 좌절해

입을 다물고 다른 언어가 튀어나온다는 걸 알고 있다


당신은 달이 빛날 때

우리의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어둠에 주목할지도 모른다

우리를 바라보는 달빛이, 무성영화를 찢고 나온 듯 우리를 비추고 있다고

여전히


그렇지만


어둠이 있다는 사실에 순간순간 좌절하고

눈을 감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입을 앙 다물고 있다가 혀에 돋은 가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을

내뱉다가

혀 아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말을 꺼낸다


저건,

달이 아니라 해라고. 명도를 끝없이 낮춘 한낮의 빛이라고


카메라에 떠오른 세상을 제외하고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는


모두 빛나고 있다고, 눈을 게슴츠레 떠도 눈을 감아도


명도를 낮춘 카메라를 바라보아도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순간은 한낮일 거라고.


조금 축축하고 눅눅하게 변색된 단어지만 그럼에도 온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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