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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하는 몸 Feb 22. 2019

[전문] 1화.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의 몸

http://www.podbbang.com/ch/1769459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다. 지금 이곳에서 내 이야기와 내 역사를 들려주려 한다. 내 몸과 내 허기에 관해 고백을 하려 한다."


"말하는 용수의 몸이지. 말하는 이용수의 몸.


이 몸이 보통 사람하고는 다르니까. 역사의 산 증인인 몸이니까. 그래서 이 몸이, 역사의 산 증인 이용수가 위안부 역사 이야기를 할 책임이 있어요.


참 오래됐잖아요. 26~27년간 일본 대사관 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앉아서 진상규명하고 공식적인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하라고 외쳤어요.


나는 겪고 보고 듣고 당하고. 이렇게 역사의 산 증인이 있는데도 아니라고 거짓말하고.


1943년 10월쯤이었어요. 다섯 사람이 밤에 끌려갔거든. 대만 신죽 가미카제 부대로 갔어요. 1945년 5월 15일에 사는 집이 폭탄을 맞아서 내려앉았고 그 밑에 들어가서 살아 나왔어요.


더러워요.


끌려가서 당한 걸 생각하면 잠이 안 오지. 지금은 내 몸이 아니고 딴 몸이라고 생각하고 사니까 살지.


내 몸이 더러워져요. 그래서 내가 목욕을 참 자주 해요. 사흘이 멀다 하고 해요. 왜 그렇게 목욕을 하냐면, 그때 그걸 씻어내려고. 목욕하면서 울어요.


우리집에는 남자 형제가 6형제예요. 딸은 나 하나뿐이에요. 누구한테 그 말을 하겠어요. 못했는데 오늘 내가 이렇게 말을 했네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그 말이 또 나왔네요. 그때가 만으로 하면 14살 밖에 안 되었거든.


학생들을 만나면 (학생들이) 울어요. 우는 게 나를 울려요. 너희들을 안 울리기 위해서는 내가 끝까지 싸워서 이겨야한다는 다짐이 되더라고요.


생각이 많아요. 생각을 안 하려 해도 그게 잘 안돼요. 생각이 많으니까 잠을 잘 못 자요. 많이 자면 세 시간. 내가 12시에 잤는데 (일어나니) 세 시더라고. 자려하니 잠이 안 오잖아요. 아침에 또 가서 목욕하고 왔어요.


그래도 지금의 내가 참 잘한다고 자부합니다. 내가 이렇게 오래 사니까 모든 것을 밝힐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야이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사죄받기 딱 좋은 나이인데'


반드시 200살까지 살아야지. 살아서 다 웃으면서 사는 세상을 보는 게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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