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야 할 지하철 역을 지났다.
깊은 한숨이 자책마저 억누른다.
그래도 다행이다.
한 밤의 강이 철교를 건너는 지하철을 감싼다.
지하철 창문에 이마를 기댄다.
다리 아래 조명이 하루에 없는 빛깔로 묵직한 강을 비추지만 건질 수 있는 건 없다.
그래도 괜찮다.
닿을 힘없어 무작정 흘려보내도 편하다.
위안도 잠시, 오르락내리락 힘을 다해 반대편 지하철에 오른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계단을 오른다.
땅 밑에서 올라온 깊이를 비웃는 지상의 건물을 올려다볼 능력이 없다.
뚫린 하늘을 바라볼 용기 대신 버스 중앙차로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집으로 향하는 생의 패턴은 의지를 앞선다.
버스 창가에 또 기댄다.
초점 없는 눈빛이 지나가는 세상을 흐릿하게 담는다.
채워지지 않는 눈으로 버스에 오르는 사람을 살펴본다.
지친 얼굴을 찾고 안도하려는 것인지,
빛나는 얼굴을 보고 부러워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내 눈을 감는다. 지나온 하루가 감은 눈 위로 흐른다.